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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업자들이 '예쁜 집' 검색하는 이유‥낚시꾼들 실체는?

[바로간다] 업자들이 '예쁜 집' 검색하는 이유‥낚시꾼들 실체는?
입력 2022-06-23 20:28 | 수정 2022-06-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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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손하늘 기자입니다.

    손님을 끌기 위해 부동산 앱에 가짜 매물들만 올려놓고, 현장에서 만나면 다른 집으로 끌고 가는 영업 실태.

    어제 그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 드렸더니, MBC 제보전화와 온라인 댓글로 "나도 당했다"는 하소연이 쏟아졌습니다.

    이렇게 가짜 매물들을 올리는 부동산의 실체와 이유, 지금부터 바로 추적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부천의 송내역 근처로 출발했습니다.

    앞서 취재팀이 당했던 허위 매물들을 앱에 올린 부동산의 주소지입니다.

    이 부동산에서 앱에 올려놓은 매물은 250채.

    부천에 있다는 중개업소인데도 파주와 의정부, 심지어 60km 이상 떨어진 이천의 빌라까지 내놨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부동산은 없고 전혀 다른 업체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
    "여기 쇼핑몰 하는데? 검색하면 나와요. 'OOO떡' 저희 이거예요, 이거. 오래 했어요."

    어떻게 된 걸까, 매물을 등록한 공인중개사의 이름으로 검색해 봤습니다.

    인천의 또 다른 부동산이 조회됩니다.

    하지만 가봤더니 주거용 오피스텔.

    역시 부동산의 흔적은 없습니다.

    [인근 주민]
    "<공인중개사 사무소인 것으로 되어 있어요 여기가.>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출근했다가 집에 들어오는 건 제가 본 것 같은데."

    실체가 있긴 한 건지 궁금증이 커지던 찰나.

    주변을 살피다 한 수입차량을 목격했습니다.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취재팀을 인천까지 태우고 다녔던, 바로 그 차량입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이 들어간 곳은 '건설주택'이라는 간판을 내건 업체.

    사무실 앞에 '우수 공인중개사'라는 안내판을 내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이곳은 공인중개사가 운영하는 중개업소가 아니라, 신축 건물을 고객에게 팔아주고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였습니다.

    [A 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공인중개사님은 얼굴을 딱 한 번 봤는데, 명의만 빌려주고는 바지사장인 거죠 그냥."

    중개 매물을 앱에 올리는 건 공인중개사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를 빌려 계정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면 허위 매물 사진은 어떻게 구한 걸까.

    [A 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구글에 검색해서 '아파트 인테리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하면 예쁜 집들이 많이 나오니까, 그런 사진으로 사용을…"

    정말 그런지, 이 업체가 올린 매물 몇 개를 무작위로 골라 검증해봤습니다.

    "이렇게 지금 사진이 올라와 있잖아요. 이게 '실제로 갔다 온 매물이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데…"

    '직접 현장을 다녀온 매물', '허위매물이 절대 아니'라는 한 빌라 사진.

    그런데 같은 빌라 이름을 검색해 보니 이미 6년 전 똑같은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거실의 텔레비전에 방송되고 있는 홈쇼핑 화면까지 똑같습니다.

    "다른 거는 '각도가 비슷했다' 이렇게 둘러댈 수 있어도, TV 화면이 똑같다는 건 양해가 안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과거 사진을 갖다 쓰면서 적혀있던 신상정보를 지우려고 사진 아래쪽을 잘라내는가 하면, 부동산 앱 이름으로 덮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내친김에 이 업체가 내놓은 매물 전부를 조사해봤습니다.

    업체가 등록한 전체 매물 가격을 비교해 보니, 해당 매물의 실거래가보다 평균 8천8백만 원가량 낮았습니다.

    시세보다 2억 원 넘게 싸게 올린 매물도 10곳 중 1곳꼴이었습니다.

    이 같은 허위 매물에 고객이 낚이면 각종 핑계를 대가면서, 진짜로 팔아야 하는 신축 건물을 분양받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A 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이거 근린생활시설인데 잘못 올려놓은 것 같다', '이건 불법 건물이어서 이런 집 사시면 큰일 나시니까 합법적인 건물을 사자'고…"

    [B 씨/부동산 컨설팅업체 전직 직원]
    "'건축주랑 저희 회사랑 연결돼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돈 좀 챙겨주겠다'고 하고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거든요."

    문제의 컨설팅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냐고 묻자 펄쩍 뜁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
    "어떻게 그걸 다 허위 매물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저도 살짝 궁금하네. 저희는 허위매물을 하는 게 아니라서, 왜 이런 얘기를 하시는지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직접 손님으로 가장해 허위 매물임을 확인했다고 해도 계속 부인합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
    "<저희가 '미스터리 쇼퍼'(고객 가장) 방식으로 사실 취재를 많이 했거든요.> 집주인이 갑자기 1억 원 비싸게 내놓고 집 안 보여주겠대요. (이런 일이) 한둘입니까?"

    전·현직 직원들이 사기 수법을 다 털어놨다고 알려줬지만 발뺌은 계속됐습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
    "자기들(직원들)이 허위매물을 한 거겠죠. 저는 그렇게 시킨 적이 없으니까, 죄를 받아야 한다면 그 친구들(직원들)이 벌을 받고 과태료를 납부를 해야겠죠."

    이러던 업체는 취재진이 돌아간 직후 매물 수백 개를 황급히 지웠고, 일부 매물은 시중 가격으로 바꿔놨습니다.

    또 "오늘도 광고 집 말고 다른 집을 보시진 않았냐", "1억짜리 신축빌라는 없다"고 적어놨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까지 이 업체가 올린 1억 원대 신축 빌라는 74채나 됐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저희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내부 교육자료를 입수했습니다.

    말 그대로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입니다.

    이들은 왜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특정 매물로 고객들을 유도하는 것인지, 그 대가로 얼마의 리베이트를 받는 것인지, 내일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간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남현택 / 영상편집: 나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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