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렇게 생활고 등을 이유로 일가족이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죠.
특히, 어린 자녀의 경우 자신이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부모의 선택 때문에 함께 희생된다는 점에서 더 큰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가족 살해로 희생되는 아동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먼저 조재영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0년 5월, 울산지방법원.
생활고 끝에 자폐가 있는 9살 딸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죽으려다 살아난 40대 어머니를 향해 판사가 판결문을 읽습니다.
[박주영/판사 (2020년 5월 실제 재판 녹취)]
"세상이 힘들면 힘들수록 이런 범행은 급격히 증가합니다. 반복되는 이런 범행을 볼 때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이, '계획에 없던 가족여행'이 두렵습니다"
피고인만이 아니라, 부모에게 숨진 아이들과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해 말을 거는 판사.
징역 4년을 선고한 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끝내 울먹입니다.
[박주영/판사 (2020년 5월 실제 재판 녹취)]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졌습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자자, 좋은 곳으로 같이 가자'가 되는 세상은 얼마나 비통합니까, 비통합니까‥우리가 안전망입니다."
경제규모가 발전해도, 양극화-위험사회 속에서 이같은 범죄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2년 전 채무에 시달리다 5살, 1살짜리 자녀를 숨지게 한 뒤 목숨을 끊은 40대 부부.
'빚 독촉'을 받았다며 초등학교 1학년, 5학년 아들과 함께 죽음을 택한 부모.
'사채' 때문에 4살도 안 된 남매와 어린이날에 삶을 마감한 부모도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당시)]
"사채가 한 5천5백, 5천 정도 되는 것 같고‥형편이 그렇게 좋은 집안은 아닌 것 같아요."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약 20년 간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가족살인' 사건은 4백 건이 넘었습니다.
범행 동기는 대체로 '처지 비관', '생활고', 그리고 '금전 문제' 순이었습니다.
전에는 흔히 동반자살이라 불렀지만, 어린 자녀들은 죽음에 동의한 적이 없는 만큼 '가족살해' 또는 '살해 후 자살'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박주영/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나는 아이의 시각에서 사건을 전혀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 사망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가 없거든요."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삽화: 강나린 / 영상편집: 임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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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재영
"계획에 없던 가족여행이 두렵습니다"‥아이가 무슨 죄?
"계획에 없던 가족여행이 두렵습니다"‥아이가 무슨 죄?
입력
2022-06-30 20:09
|
수정 2022-06-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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