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경남 밀양 얼음골 입구입니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있는 신비한 곳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요즘은 여름 문턱인 6월이면 얼음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얼음 없는 얼음골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이곳 얼음골 주변은 너덜지대입니다.
풍화작용으로 부숴진 바위들이 떨어져 쌓여있는 지역입니다.
바위더미 안쪽 틈에 겨울 동안 냉기가 축적됐다가 날이 더워지면 빠져나오면서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표소에는 얼음이 없다는 안내판이 붙어있습니다.
"(이게 붙여놓는 시기가 따로 있어요? 이 안내 문구요?) 얼음이 없어지면 붙여요."
최고기온 29.5도에 최고습도는 89%에 달했을 정도로 덥고 습했던 날이지만 얼음골로 향하는 길은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한여름에도 안경에 성에가 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마치 냉장고 안에 들어온 것처럼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결빙지에는 얼음이 없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올해 3월부터 고드름처럼 맺힌 얼음골의 얼음은 4월 중순부터 조금씩 사라지더니 6월이 되자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워낙에 신비한 지형이어서 이 얼음골 같은 경우에는 1970년에 천연기념물로도 지정이 됐습니다.
천연기념물 얼음골 설명을 보면 7, 8월에 얼음이 제일 많고 그리고 '처서' 그러니까 가을이 올 무렵쯤부터 얼음이 녹는다라고 돼 있거든요.
긴 장대에 카메라를 달아서 한번 촬영해 보겠습니다.
저 하얀 거 네 얼음이 살짝 있네요. 아직까지 얼음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관람객이 볼 수 있는 위치에서는 얼음을 확인하기가 좀 어렵네요.
[안충환/경남 밀양시]
"어릴 때도 소풍도 오고 그랬죠. (혹시 그때 기억이 나십니까? 얼음이 얼마나 있었는지?) / 그 때는 여기 뿐만 아니라 이런 데도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벌써 한 50년 60년 전 이야기입니다."
얼음골을 오래 연구한 한 학자는 취재진에게 겨울에 많이 춥고 또 눈이 많이 오면 여름에 얼음이 오래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밀양에서 처음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부터 10년 동안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0.6도.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이보다 1.4도 높은 영상 0.8도입니다.
1970년대에는 밀양에도 겨울에 사나흘 정도는 눈이 쌓일 정도로 내렸지만 최근 10년 동안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이애경/밀양 문화관광해설사]
"겨울은 사실 우리가 느끼기에도 짧은 것 같아요. 추위가. 그런데 여름은 빨리 오고 길어지다 보니까 얼음이 더 빨리 녹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밀양 말고도 경북 청송과 의성, 충북 단양 등에도 이렇게 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얼음들도 예전과는 다릅니다.
[김필상/청송 얼음골 인근 주민]
"(겨울에) 많이 춥고 여름에 많이 덥고 해야 (얼음이) 많이 얼어요. 그때(30~40년 전) 보다는 얼음이 조금 약하죠."
오랜 세월 신비로움을 간직했던 얼음골.
하지만 기후변화는 그 신비로움마저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박주일/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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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욱
[지구한바퀴] '얼음 없는 얼음골'‥기후 변화에 사라지는 신비
[지구한바퀴] '얼음 없는 얼음골'‥기후 변화에 사라지는 신비
입력
2022-07-02 20:20
|
수정 2022-07-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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