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뉴스데스크는 어제 한 굴삭기 노동자의 죽음을 통해, 현장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산업재해 은폐 시도를 고발했습니다.
여기, 또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척추뼈 3개가 부러졌는데도 119를 부르지 않고, 20분 동안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에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은폐되는 산업재해 연속보도,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 노동자 전병길 씨.
작년 11월 캄캄한 새벽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전주 위에서 하는 위험한 작업.
하지만 사다리도, 추락에 대비한 안전 그물도 없었습니다.
[전병길 / 전차선 노동자]
"사다리 치우고 맨몸으로 올라가서 작업을 해라. 너무 느리다, 사다리 대고 왔다갔다 하면."
그러다 7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전병길 / 전차선 노동자]
"머리도 감각이 없고, 다리도 감각이 없고. 구호 조치를 요청했어요. 119를 불러달라고, 앰뷸런스를 빨리 불러달라고."
그런데 회사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119에 신고하는 대신, 회사 대표와 직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 사이 전 씨는 혼자 20분 동안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전병길 / 전차선 노동자]
"저를 방치해 두고 얘기를 하더니 와서 저를 양쪽에서 두 명이 이렇게 이어매고 대표자 차량에 저를 구겨넣듯이 넣어서 병원에 간 거예요."
척추뼈 3개 골절.
6시간 동안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사고가 너무 크다 싶었던지, 회사는 산업재해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경위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일하다 난 사고가 아니라, 교육실습장에서 교육받다 추락한 걸로 뒤바뀌었습니다.
회사는 공사를 발주한 코레일에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하면 다음에 공사를 따낼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업체 대표]
"죄송합니다. 얘기 안 했어요. 어차피 산재 처리했는데, 뭔 오지랖이 있다고 제가 발주처 가서 '저 일하다가 사람 떨어뜨렸어요'라고 얘기하겠습니까."
또 다른 전차선 노동자.
둘이서 130킬로그램 짜리 자재를 들다 허리를 다쳤습니다.
회사는 이번에도 119 신고를 하는 대신, 회사 직원의 승용차로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전차선 노동자]
"진료실 앞에서 병원비는 회사에서 다 부담할 테니까 ‘운동하다 다친 걸로 해서 공상 처리를 하자’."
작업복이 신경 쓰였는지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전차선 노동자]
"'신발 다른 거 갈아신을 게 없네'. 작업화를 신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불안해하더라고요."
119 신고 대신 일단 대책회의.
119 대신 승용차로 환자 옮기기.
일하다 다친 걸로 하지 말자는 강압적 권유.
모두 산업재해를 감추려는 행동들입니다.
[이흥석 / 전국건설노조 전차선지부 사무국장]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 오히려 더 많이 감춰요. 웬만하면 감추고 가기 때문에 더 드러나지 않아서 그게 더 문제 같아요."
산업재해를 은폐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됩니다.
산업현장에서는 흔하게 벌어지지만, 실제로 적발된 사례는 지난 4년간 39건에 불과합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조윤기/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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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척추 부러졌는데 119 신고 안 하고 20분 동안 대책회의
척추 부러졌는데 119 신고 안 하고 20분 동안 대책회의
입력
2022-07-07 20:28
|
수정 2022-07-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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