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MBC] '경찰관 삼촌'에 성추행 피해‥가족들 회유에도 시달려

◀ 앵커 ▶

지난달, 언론을 통해 알려진 현직 경찰 간부의 친족 성추행 사건.

그런데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다른 가족들로부터 "용서해라, 합의해줘라" 이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저희한테 제보를 해왔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도 고통인데, 2차 가해까지 겪어야 하는 친족 성폭력 사건, 구나연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4월, 30대 초반 김 모 씨는 현직 경찰관인 삼촌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모욕적이고 불쾌했지만 "내가 미쳐서 그랬다", "다시 그럴 일은 없을테니 기회를 달라"며 용서를 구하는 삼촌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삼촌은 또다시 김 씨를 같은 방법으로 추행했습니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던 김 씨는 충격과 배신감에 극단적 시도까지 했습니다.

가해자는 이번에도 "내가 병인 것 같다",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번만 넘어가달라"고 했지만 김 씨는 더는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김 씨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삼촌은 유치장에 수감됐고 경찰 직위도 해제됐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가족들의 회유가 시작됐습니다.

[김모 씨 / 피해자]
"합의서를 받아오라고‥그래야 (유치장에서) 48시간 내로 풀린다고"

가해자의 구속을 두고 피해자에게 화를 내는가 하면,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쓴 가족도 있었습니다.

[피해자]
"(울면서) 그런데 제 가족들은 저를 비난하고 네가 경찰 옷 벗겼다, 연금도 못 받게 했다, 네가 경찰의 인생을 망쳤다.."

심지어 가해자의 변호사가 김 씨의 연락처를 확보해 직접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친족이라서 연락처를 서로 상호간에 알려주고 ..어떻게 피해자에게 가해자 측 변호사가 직접 연락을 하냐"

친족이 가해자인 성범죄 사건은 연간 780여 건.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수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가족이) 가해자의 편에서 계속 합의서를 써달라고 한다던가 회유하거나 종용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친족간 성폭력 사건을 알게 된 친족이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삼촌에 대한 재판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됩니다.

[김모 씨 / 피해자]
"저는 용서를 하려고 노력을‥노력을 너무 많이 했는데‥용기 낸 선택이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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