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아래서 질식한 골프장 노동자‥남긴 사진 살펴보니

◀ 앵커 ▶

골프장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안된 상태였는데 안전장비도 없이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희생자가 남긴 사진들을 입수해서 살펴봤습니다.

구나연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양주의 회원제 골프장.

지난달 26일, 이 골프장 맨홀 지하 5미터 바닥에서 작업하던 50대 남성 김 모 씨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산소가 부족해 질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소방 관계자]
"(현장의) 산소 농도가 10~16%로 측정이 됐어요. 원래는 적정 농도가 21% 정도인데.."

담당 의사는 입원 초기 작성한 소견서에서 김 씨가 평소 지병이나 약물치료 없이 건강히 지내왔으며, 이번 사고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고 진단했습니다.

2주 간 치료에도 김 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당시 김 씨는 골프장 연못에 공급하는 지하수의 양을 확인하던 중이었는데, 지하 5미터 깊이까지 내려간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기호흡기 등의, 규정된 안전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구조대원]
"저희도 그게 좀 의문이긴 했어요. 왜 아무 장비도 없이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내려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고 당일 김 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맨홀 내부의 유랑계 사진을 입수했습니다.

오전 8시 31분, 김 씨는 지상에서 맨홀 아래 쪽으로 배율을 최대한 확대해 유량계를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수 공급량을 나타내는 수치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50분이 지난 9시 21분, 이번엔 수치가 선명하게 찍혔습니다.

맨홀 안에 들어간 김 씨가 쓰러지기 직전 촬영한 사진입니다.

[김모 씨/사망자 딸]
"(아버지가) 사진이 잘 안 나온다, 어떻게 해야 되냐 했더니 내려가시면서 더 찍으시라고 말씀하셨대요. 본인들은 한두 칸만 내려갈 줄 알았지 이렇게 완전히 내려갈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골프장 시설 관리회사 측은 김 씨가 스스로 맨홀 안으로 들어갔다며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건 물론, 최소한의 교육과 안전장비 구비조차 없었던 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김모 씨/사망자 딸]
"맨홀에 대해서 아무런 장치 없이 내려갔을 때 위험할 거라는 그런 지식 자체가 없으셨어요. 저희 아빠가 아니더라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김 씨는 골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난 상태로 두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영상편집: 김관순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