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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범죄자가 되고 싶은 조현병 환자는 없다"

[사건속으로] "범죄자가 되고 싶은 조현병 환자는 없다"
입력 2022-07-16 20:19 | 수정 2022-07-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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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달 조현병을 앓던 엄마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러서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일이 있었습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

    과연, 제도적 문제는 없는 건지, 조재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자폐와 발달장애가 있는 5학년 정호(가명).

    [정호(가명)]
    "배고파, 배고파. <뭐 먹을거야?> 짜파게티"

    정호의 손등과 팔, 다리 곳곳에 흉기에 베였다 치료받은 흔적이 뚜렷합니다.

    머리카락을 들춰보니 정수리와 이마에도 깊은 상처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한 달 전, 정호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사람은 정호의 엄마입니다.

    [정호 고모부]
    "한 50바늘 이상 꿰맨 것 같은데요…깜짝 놀랐어. 피 범벅 됐어요."

    정호의 엄마는 오래 조현병을 앓아왔습니다.

    '아들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범행 직후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정호의 아빠도 조현병 환자입니다.

    최근엔 뇌졸중 때문에 거동까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60대 후반인 고모 부부가 정호 가족과 함께 살면서 돌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에 부칩니다.

    [정호 고모부]
    "조현병 환자들은 제가 우리 처남하고 처남댁을 겪어보니까 시한폭탄 같아요. 약을 안 먹으면 꼭 발병합니다. 발병하고…"

    조현병.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가 불협화음을 내듯 뇌 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해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김영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조현병은 마음의 병이라기보다는 뇌에 발생한 질환이고요. 전 세계 (인구) 1% 정도에서 발병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이 망상과 환청, 환각이다 보니 심해지면 범행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망상에 나타나는 '가상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차승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증상이 점점 악화돼서 정말 완전 피크(최고조)를 쳤을 때, 이때가 제일 위험한 거죠. 환청을 더 믿고 계속 들어야 되고 '이 사람, 나에게 밥에 독을 타는 나쁜 사람이다'…"

    [MBC 이브닝뉴스 보도(2012년 10월)]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조현병에 시달리던 30대 한의사가 "악마에게서 도망치겠다"며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한 안인득 사건.

    두 사건 모두 범행 전 상당 기간 조현병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조현병은 먹는 약이나 주사를 통해 꾸준히 치료하면 증상을 7~80% 이상 호전시킬 수 있고, 일상생활도 가능해집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오히려 완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에선 조현병 발병 후 9년간 치료를 받고 증상이 나아져 노벨상까지 수상한 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병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가 겹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차승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족이 그런 병에 걸렸다니 믿기지 않으니까 치료 시기가 자꾸 놓쳐지고, '설마, 아닐 거야' 이런 식으로…"

    입원을 엄격화한 문제도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지금은 환자 본인이 입원을 거부할 경우 가족이 강제로 이송시키면 '불법 감금'으로 판단되는데, 위험성이 높을 때 치료가 필요한 조현병의 실정과 맞지 않다는 겁니다.

    [김영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치료를 들어가지 않으면 자해나 타해 위험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그럴 때는 자기 결정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환자분의 인권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하는 정신건강 복지센터도 전국에 2백여 곳 있지만, 환자 본인이 등록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상에서 제외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현기택, 손지윤 / 영상편집 : 김하은,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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