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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한바퀴] 끝나지 않은 울진 산불, 갈 곳 잃은 멸종위기 산양

[지구한바퀴] 끝나지 않은 울진 산불, 갈 곳 잃은 멸종위기 산양
입력 2022-07-18 20:24 | 수정 2022-07-1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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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울진 산불이 꺼진지 넉달, 사람들의 고통도 컸지만 이곳에 살던 야생동물들도 터전을 잃었습니다.

    지금부터 울진 산불 피해지역 안쪽 깊숙이 들어갈 건데요.

    원래 산양이 많이 서식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산양이 모두 이 지역을 떠났다고 하고 있고요.

    도대체 얼마나 피해가 큰지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 인근 산양 서식지.

    불에 탄 숲 한 가운데 산양 먹이가 놓여져 있습니다.

    산불 이후 먹이를 찾아 산양이 떠돌까봐 놓아둔 건데 먹은 흔적이 없습니다.

    조금더 위로 올라가 봤습니다.

    바위가 많고 시야가 트여 있어 산양이 좋아하던 서식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 졌습니다.

    산양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산불 피해지역에서 서쪽으로 5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폐광산 인근 지역.

    원래 산양이 잘 목격되지 않던 곳이지만 산불 이후 이 지역에 산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산양 뿐이 아닙니다.

    삵과 담비 같은 보호종에 오소리, 고라니도 한 카메라에 촬영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독사인 까치살모사는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휴 어휴. 어머나. 깜짝 놀랐네. (살모사 맞죠?) 네. 까치살모사에요."

    마치 산불피해지역에서 도망친 동물들이 모두 이 지역에 모여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 산양 똥이 보이고요. 하나 둘 세 걸음 가면 또 이렇게 똥이 보입니다.)"

    "(거의 야생동물들의 공중화장실입니다.)"

    다른 서식지에서 잘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보다 좁은 지역에 산양들이 밀집해 경쟁이 치열해졌고 경쟁에서 밀린 산양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합니다.

    불이 난 곳 남쪽에는 산양들의 거주에 적합한 '왕피천생태경관지역' 이 있습니다.

    [박성준/녹색연합 활동가]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산양들이 서식하기 굉장히 좋은 환경입니다. 물을 구하기가 쉽고요. 고지대에 암반지대가 형성돼 있어서…"

    그러나 산양들이 이곳으로 가려면 건너야 할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많은 자동차들이 다니는 위험한 도로와 멧돼지 차단용 울타리입니다.

    [우동걸/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
    "이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도로와 같은 그런 선형 구조물들이 산양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산양 서식지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36번 국도 옆에서 지난 3월 말에 촬영된 사진입니다.

    깊은 밤, 자동차 불빛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 비탈에서 산양 두 마리가 위태롭게 서성입니다.

    [박성준/녹색연합 활동가]
    "1~2월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많은 수의 산양들이 (산불 발생 이후) 이 공간을 생태통로로서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칫 도로로 뛰어들 경우 로드킬 위험이 높습니다.

    새로 뚫린 36번 국도 바로 옆의 산양 서식 흔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이렇게 바로 도로가 나오고요.

    보호 펜스 같은 것들이 쳐져 있지 않아서 야생동물들이 쉽게 도로 위로 나올 수 있습니다.

    산양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생태적으로 중요한 동물입니다.

    인간의 실수로 터전을 잃은 산양들이 안전하게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보완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영상편집 : 권지은/영상제공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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