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달 3만 원' 렌터카 계약한 소상공인들‥무더기 피해

◀ 앵커 ▶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이용해서 월 100만 원짜리 렌터카를 매달 3만 원만 내고 탄다"

이런 홍보 내용을 믿고 렌터카를 계약을 한 사람들이 수천만 원씩 보증금을 떼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도주 중이던 주범을 검거했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보험설계사 박 모 씨가 모는 대형 SUV 차량입니다.

차 값이 5천만 원에 달하지만 '월 3만 원' 가량의 렌트비만 내고 빌리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재작년 계약했습니다.

보증금 1천만 원가량을 내고 5년 뒤 반납할 때 돌려받는 조건이었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
"이렇게 좋은 사업이 있는데 왜 몰랐을까 그래서 검색도 해보고…"

이런 계약이 가능하다면 회원들을 모은 단체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한 협동조합.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며 가입하면 렌트비의 96%를 내주겠다고 홍보했습니다.

[김 모 씨/지역경제활성화협동조합 대표(2020년 6월)]
"소상공인들이 지금 정책자금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설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자…"

사기가 의심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주변에 조합 가입자가 늘어나자 박 씨도 보증금 3천만 원을 내고 자신과 부인의 SUV 차량 두 대를 빌렸습니다.

하지만 다섯 달 뒤, 조합 측은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며 갑자기 렌트비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보증금이라도 돌려받으려고 조합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대표는 잠적한 상태였습니다.

졸지에 보증금을 날리고 렌트비도 떠안게 됐는데, 이제와서 임대계약을 해지하려면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줘야 합니다.

[박 모 씨/피해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으니까 타고 있는 거죠. 전액 다 본인 부담이 되어버린 상태라 지금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이고…"

같은 협동조합 회원인 보험업자 이 모 씨도 같은 식으로 보증금 천만 원을 내고 SUV 차량을 빌렸다가 똑같은 신세가 됐습니다.

[이 모 씨/피해자]
"정부 정책으로 해서 그런 (새는) 돈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근데 제가 어설프게 안 거죠."

피해자들의 고소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도주 중이던 협동조합 대표 김 모 씨를 붙잡아 구속했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 규모는 1억 2천만 원.

하지만 구속된 김 씨가 경찰 조사에서 "렌터카 500대를 목표로 했다"고 밝힌 데다, 전국에서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한재훈 / 영상편집: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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