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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회사가 법 어겨도 팔짱만, 고용노동부의 이상한 내부지침

[직장갑질] 회사가 법 어겨도 팔짱만, 고용노동부의 이상한 내부지침
입력 2022-07-29 20:13 | 수정 2022-07-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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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하면, 회사는 지체 없이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해야 합니다.

    법으로 이렇게 정해놨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이걸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만들어 놓은 이상한 내부 지침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장 괴롭힘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한 번, 회사에 한 번, 그리고 노동부의 태도에 또 한 번 당한다고 합니다.

    직장갑질 연속보도,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사무용품 공장에서 일했던 조은미 씨.

    부장의 욕설과 괴롭힘에 2년 동안 시달리다, 작년 12월 회사에 신고했습니다.

    [조은미]
    "진짜 욕인데 괜찮나요? 전체조회 할 때도 직접적인 욕설 '정말 지금 X같다’, ‘어떤 XXX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 조항입니다.

    "회사는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없이 조사해야"하고, "피해자의 근무 장소 변경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이걸 어기면 과태료 5백만 원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은미]
    "'회사 입장에서는 둘 중에 한 명을 정리해야 되는데 기술이 있는 사람을 남겨야 된다.' 아무 것도 해줄, 어떤 대책을 해주실 생각이 없는 거구나."

    조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가해자와 회사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취하하라고 했습니다.

    [근로감독관]
    "대표가 조사하지 않는다고 진정 넣었던 거는 취하하실 거예요? 이렇게 정리하죠. 대표 건은 지금 직접 행위자가 아니니까 취하하시고."

    회사에 과태료도 부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근로감독관]
    "근로자가 ‘나 괴로워’ 그러는데 조사 안 해. 또 저 사람도 ‘괴로워’ 그러는데 조사 안 해. 그때마다 과태료 부과되면 회사는 과태료만 맞다가 끝나요."

    고용노동부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처리 지침'입니다.

    회사가 조사를 하지 않아도, 시정 기간 25일을 먼저 주라고 돼있습니다.

    그 안에 시정하지 않을 때만 과태료를 물립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아도 14일,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아도 25일을 줍니다.

    심지어 피해자를 보복해고 해도, 시정 지시 14일 안에만 되돌리면 형사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법은 '지체없이' 조사하라고 정해놨는데, 노동부 지침이 법을 무력화시킨 셈입니다.

    [윤지영/직장갑질119 변호사]
    "사실상 처벌을 하기 위한 근거라기보다는 사업주로 하여금 조사를 더 안 해도 되는, 조사를 유예해도 되는 기간의 연장으로서 작용을 하고 있는 거죠."

    법이 시행된 뒤 3년 동안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8천9백 건.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해 기소까지 된 경우는 108건, 0.5%에 불과합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서현권/영상편집:임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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