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정우 기자입니다.
한낮의 기온이 33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를 정도의 폭염인데요.
이런 무더위 속에서 씻을 곳도 쉴 곳도 없어서 물수건에 의지하는 저임금 노동자들, 바로 대학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입니다.
제가 취재를 해보니 한두 군데 대학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 시설관리동.
2층의 여자 화장실 문에 '미화 창고'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어떤 곳일까.
화장실 세면대 위에 물 끓이는 기계가, 변기 옆으로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놓여 있습니다.
변기와 세면대 사이 좁은 공간에서 청소노동자가 도시락을 먹습니다.
휴게실이 없어서, 이용자가 없는 화장실을 대신 쓰고 있는 겁니다.
[박금조/연세대 국제캠퍼스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마땅한 게 없으니까 여기서 그냥 잠깐씩 쉬고 간식도 먹고 또 점심시간 되면 식사도 이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학내에 별도의 청소노동자 샤워시설이 없어서 노동자들은 화장실 안에서 물수건을 이용해 땀을 식히고 있습니다.
"이런 데도 닦는데…"
수건에 물을 묻혀 여기저기 닦아보지만 온몸에 흠뻑 젖은 땀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학금/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장]
"샤워실이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안에 전혀 없어요. 청소노동자를 위해서 단 한 곳도 없어요."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2주 전.
서울여자대학교의 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배수구 바로 앞에 있는 휴게실로 빗물이 들이닥친 겁니다.
"여기 전기선 있어 너무 위험하게 생겼어."
비가 온 지 5일이 지났지만 장판 바닥엔 여전히 물이 맺혀 있습니다.
보시면 여기 곰팡이까지 슬어있습니다.
이렇게 침수된 게 올여름에만 벌써 세 번째.
걸핏하면 수재민 신세가 됩니다.
[서울여대 청소노동자]
"곰팡이 냄새가 너무 심해서…처음에는 그냥 쉬었어요, 여기서. 식사하고 잠자고 다 했어요."
이 학교 청소노동자들도 땀을 씻어내려면 화장실밖에 갈 곳이 없습니다.
대걸레를 빠는 곳에 숨다시피 해 씻습니다.
[서울여대 청소노동자]
"이게 저희 씻고 이런 공간은 아니고요, 걸레 빨고 쓰는 곳. 물 틀어놓고, 여기서 그냥 머리 닦고 그냥 헹궈요."
고려대학교 상황은 어떨까.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청소노동자 6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다른 건물에 샤워실이 있긴 한데, 그마저도 먼지 가득한 지하에 있습니다.
통신 설비가 가득한 방 안입니다.
여기 문을 열어보면요.
안에 샤워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너무 열악해요. 쓰레기 모아놓는 지하에. 냄새가 나서 (샤워를) 하지도 못한다…씻지도 않고 차를 타든지, 지하철을 타든지 하면 몸을 이렇게 좀 사리게 되고, 냄새 날까 봐…"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해 서울 주요 사립대학의 샤워실 실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제출한 학교 8곳 가운데 2곳은 샤워실이 아예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휴게실과 샤워시설, 또 최저임금 수준인 시급을 '440원' 올려달라는 13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는 4개월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진세민/고려대 학생]
"하루만 업무를 하지 않으시면 학교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텐데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연세대와 카이스트 등 10개 대학은 하청업체가 관장할 일이라며 묵묵부답입니다.
서울대에서는 3년 전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졌고 작년에도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바로간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위동원 /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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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바로간다] 화장실서 먹고, 걸레 빠는 수도로 씻고‥"폭염에 더 고통"
[바로간다] 화장실서 먹고, 걸레 빠는 수도로 씻고‥"폭염에 더 고통"
입력
2022-07-29 20:17
|
수정 2022-07-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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