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직장 내 괴롭힘은 그 행위 자체보다 회사의 묵인과 보복 인사 같은 2차 가해가 더 큰 고통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정신질환을 겪거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기도 하는데요.
직장갑질 연속보도,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한 노동자를 통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전해드립니다.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삼성전자 입사 20년차인 최성준 과장.
2017년 성과평가에 불만을 제기한 뒤, 인사 명령이 났습니다.
[최성준(가명)]
"평택으로 전배하기 직전 '제 미래를 어둡게 하겠다'라는 말씀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화성에서 평택으로, 양쪽 부장은 입사 동기였습니다.
그리고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최성준(가명)]
"8시 출근 시간도 안 된 상태에서 출근했는데 '설비 상황이 이런데 XX 언제 출근해서 설비 살리고 할래.'"
동료들 앞에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폭언과 욕설도 최 씨에게만 퍼부었다고 합니다.
[평택공장 부장]
"화룡점정을 찍고 싶다는 말이야? (아닙니다.) 이거 빡 찍으면 XX 용이 되어 승천할 것 같은데 그걸 안 해줘, 내가?"
팔다리에 경련이 오고 수면장애까지 생기자, 결국 상사 3명을 회사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서면경고와 구두경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최성준(가명)]
"정당한 조치를 해주지 않았던 인사팀의 압박 행위나 이런 행위들이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묵인하고 은폐하려는 회사의 2차 가해를 당하면, 피해자들은 정신질환까지 겪습니다.
[김미영(가명)/적응장애 진단]
"증거가 없다. 그냥 벽 같았어요. 이 사람들이 가해자들하고 뭐가 다르냐."
[김민호(가명)/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진단]
"'역으로 당신이 가해자로 지목되었으며' 씩 웃더라고요. 인사팀 부장이."
삼성전자 최성준 씨도 적응장애로 산재 승인을 받고 휴직 중입니다.
한 달 뒤면 복직해야 되지만, 회사 입장은 그대로입니다.
괴롭힘 여부에 대해 양측간 이견이 있었다.
경고와 부서 분리 등 조치를 했다.
최근엔 이런 소문까지 전해진다고 합니다.
[최성준(가명)/적응장애 진단]
"'너 회사 오면 왕따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복직해서도 너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될 것 같아.' 가해자분들을 엿 먹이려고 제가 이런 지금 X 수작을 하고 있다고…"
정신질환으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수는 지난 5년간 473명입니다.
산업재해로 승인받은 죽음만 이 정도입니다.
[이진아/직장갑질119 노무사]
"실제로 1천 명 중에 296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그중에 약 34명이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고민했다라는 의미가 되는데요."
최성준 씨가 국내 최대 기업에 맞서 싸우는 이유도 단 하나.
살기 위해서입니다.
[최성호(가명)]
"'아빠 살이 너무 말랐어. 아빠 살 좀 찌자'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를 해줍니다. 그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제가 죽음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정신과 주치의께도 분명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절대 죽을 수 없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서현권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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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직장갑질] "신고 이후 더 고통"‥직장갑질 2차 가해
[직장갑질] "신고 이후 더 고통"‥직장갑질 2차 가해
입력
2022-07-30 20:22
|
수정 2022-07-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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