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대출 더 받으면 된다? 안심대출의 '덫'

◀ 앵커 ▶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제공하는 'HUG전세안심대출'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신용이 부족해도, 벌이가 적어도 전세금의 최대 90%를 저금리로 빌려주고, 만에 하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돼도 나라에서 대신 갚아주는 제도인데요.

그런데, 이 제도를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비싸지거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서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에게 전문 업체가 접근을 해서, HUG 안심 대출을 받으면 모든 게 해결이 된다, 이렇게 유혹을 하는 건데요.

하지만 사실은, 해결이 아닌 깊은 수렁의 시작일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먼저 박진준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인천 미추홀구의 49제곱미터 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

작년 10월 보증금 8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 전셋집이 경매에 넘겨졌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박00/세입자]
"최근에 등기부 등본을 다시 떼어 봤더니, 세무서에서 한 번 이 주인한테 압류됐고, 그러고 나서 이제 예정 임의경매 신청이 들어간 거죠."

감정가는 약 2억원, 그대로 낙찰이 돼도 미납 세금과 대출 담보 금액 1억 4300만원이 우선입니다.

[박00/세입자]
"국세 먼저 내고 제1 근저당인 신협에서 또 가져가고 남은 돈을 저희가 이제 배당률로 받는 거니까‥ 거의 못 받는다고 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얼마 뒤 한 컨설팅업체에서 뜻밖의 연락이 왔습니다.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00부동산컨설팅 팀장]
"이제 전세 중 가장 안전한 건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이제 안심 전세라는 상품이에요. 나라에서 해주는 게 있어요."

주택도시보증공사, 즉 HUG에서 대출을 받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기존 보증금보다 훨씬 비싼, 2억 8천만원에 계약을 새로 해야 합니다.

[00부동산컨설팅 팀장]
"고객님 보증금, 그리고 경매 취하 비용, 현재 잡혀 있는 근저당 금액까지 이제 평균값을 내서‥ 이제 안심 전세로 2억 8천만원으로 전세를 진행을 할 거예요."

새로 쓴 전세계약서로 세입자가 2억 8천만원을 대출 받고, 그 돈으로 근저당도 풀고 세금도 대신 내란 말입니다.

모든 걸 HUG에서 보증하니 전세금 못 돌려받는 일은 없다고 장담합니다.

[00부동산컨설팅 팀장]
"집주인은 2년 뒤에는 파산을 하죠. 고객님들은 보증보험사에서 돈을 받는 거예요."

그러나 실상은 집주인이 컨설팅 업체와 짜고 세입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입니다.

대출 2억 8천만원에 대한 월 100만원 가까운 이자는 세입자 부담.

전세금을 당장 돌려받는 것도 아니고 2년 뒤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면 준다는 건데, 결국 돌려막겠다는 소립니다.

만에 하나 세입자를 못 구하거나 집주인이 또 파산해 악성 채무자가 되면 HUG에서 보증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럼 빚은 전부 세입자가 떠안게 됩니다.

박 씨는 업체의 유혹을 거절했습니다.

[박00/세입자]
"(내가) 번 돈으로 얘네들 배 불려줘야 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서 제가 2년 동안 사느니 그냥 좀 못 받더라도 빨리 여기를 나와서 잊고‥"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영상취재 : 조윤기/영상편집 : 류다예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