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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월급 압류로 생활비 50만 원‥죽음으로 모는 손배소

[집중취재M] 월급 압류로 생활비 50만 원‥죽음으로 모는 손배소
입력 2022-08-14 20:15 | 수정 2022-08-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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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노란봉투법' 들어보셨나요.

    9년 전,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회사에 끼친 손해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노란봉투에 4만 7천 원씩 담아 전하는 모금운동이 시작됐고, 시민 4만 7천여 명이 참여하면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는 '노란봉투법'이 발의됐었는데요.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로 정치권에서 노란봉투법 논의가 재개됐습니다.

    노동자들이 손배 가압류를 당하게 되면 그 삶이 어떻게 무너지게 되는지 유충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북 구미의 KEC 반도체 공장.

    2010년 파업 이후 이곳 노동자들은 3년 동안 월급을 압류당했습니다.

    법원의 조정으로 확정된 손해배상액은 30억 원.

    65명이 나눠서 갚아야 했습니다.

    회사가 개인에게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출하관리 파트에서 일하는 이미옥 씨의 2019년 2월 월급명세서입니다.

    상여 154만원은 회사 채권 가압류로 '0원'이 됐고, 165만원의 급여도 세금과 압류로 다 떼이고 50만원만 남았습니다.

    [이미옥/KEC 노조]
    "어떤 조합원들은 집을 팔기도 했고요. 자녀들을 키워야 하니까. 마지막에는 안되면 보험을 다 해약하고.."

    다른 노조원들도 마찬가지.

    한 달 내내 일하고 손에 쥐는 월급은 백만원 안팎이 전부였습니다.

    회사는 이렇게 모두 34번의 월급을 줬다가 다시 가져갔습니다.

    13년 전 여름.

    쌍용차 파업이 끝난 뒤 회사는 노조에 1백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습니다.

    경찰도 노조원 개인에게 손배소를 걸었습니다.

    법원에서 44억으로 줄긴 했지만,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서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 지금은 약 3배가 돼버렸습니다.

    [김득중/쌍용차 노조]
    "벼랑 끝까지 그냥 모는 거예요. 이것이 당장 나한테 집행이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두려움도 있고"

    최근 노조원 20명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난달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노조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모두 피소된 사람들입니다.

    [김득중/쌍용차 노조]
    "뭔가 그 울분, 분노, 불안 이런 것들이 마음에서 머릿속에서 계속 충돌되는 거고.."

    현행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배소가 면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업 절차를 지키고 폭력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점거 농성에 들어가면 합법 파업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은미 의원/정의당]
    "단체 행동권 자체가 손해를 끼쳐서 회사가 그 손해를 감내할 거냐 아니면 이들의 단체 요구권을 들어줄 거냐 이렇게 협상의 하나의 카드인 거거든요."

    그래서 발의된 '노란봉투법안'은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노조원 개인에게 소송을 거는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19대와 20대 발의는 됐는데 법안 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계기로 TF를 만든 민주당은 하반기 국회에서 적극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정의당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정당한 파업활동에 대해서 좀 폭넒게 배려를 하게 되면 이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게 그만큼 줄어들겠죠."

    하지만 정부 여당은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건 곤란하다며 부정적입니다.

    [이주환 의원/국민의힘 (지난 3일 환경노동위원회)]
    "불법파업 상태, 그리고 강성노조의 떼쓰기식, 떼법식 이런 사태로 생긴 이 손해에 대해서는 이번 정권 들어서 명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기에 기업들 또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 받을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실제 법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MBC뉴스 유충환입니다.

    영상 취재: 김우람, 최인규 / 영상 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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