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들판 갈아엎는 농민들 "쌀값 대책 내놔야"

◀ 앵커 ▶

햅쌀 수확을 코앞에 둔 논을 농민들이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습니다.

쌀값 폭락이 작년부터 예견됐고, 실제 작년에 비해 20% 넘게 떨어졌는데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농민들의 항의 표시입니다.

허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햅쌀 수확을 일주일 쯤 앞두고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전북 김제의 들판.

쌀을 수확하는 콤바인 대신 트랙터가 등장했습니다.

사정없이 논을 갈아엎는 트랙터에 논은 쑥대밭으로 변해버렸고, 잘 여문 낟알은 흙에 파묻혔습니다.

한해 정성들여 길렀던 벼가 쓰러지는 모습.

만장을 들고 논 한가운데 우두커니 선 농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지켜봅니다.

쌀값이 4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자 투쟁에 나선 겁니다.

[조광석/김제시 농촌지도자연합회]
"쌀 수확을 앞둔 우리 농민들에게 오늘의 현실은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이 울분을 모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오늘 논을 갈아엎는다."

8월 15일 기준 20kg 산지 쌀값은 4만 2,522원, 지난해 같은 시점의 가격인 5만 5,630원에 비해 24%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정부는 시장 격리 제도를 통해 올해 37만 톤을 사들였지만 쌀 재고량은 작년보다 70%나 늘었습니다.

[조경희/김제농민회 회장]
"농업에 들어가는 모든 필수 자재들이 다 오른 셈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농산물값만 떨어져요. 이게 성립이 되느냐고요."

농민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쌀값 폭락이 예견됐는데도 정부의 쌀 매입이 늦어져 쌀값을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초과 생산량을 27만 톤으로 예상했는데 (11월) 가격은 (예상과) 비슷했으니까 시장격리를 하겠다고 바로 발표는 못했고…"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일러야 9월 말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황금들녁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권회승/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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