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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지층' 됐다‥화산보다 더 큰 인간 흔적

쓰레기가 '지층' 됐다‥화산보다 더 큰 인간 흔적
입력 2022-08-22 19:53 | 수정 2022-08-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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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간의 힘이 화산이나 지각변동보다 더 강력하다."

    최근 지질학자들은 인류가 토해낸 쓰레기, 산업화 이후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 인간이 남긴 거대한 흔적들은 중생대 공룡의 화석처럼 땅 밑 지층 속에도 새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을, 인류가 지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 즉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좁은 산길을 거슬러 특수한 형태의 차량이 이동합니다.

    이 차량은 땅 밑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시추장비입니다.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시추 장비가 지하 16m까지 뚫고 들어갑니다.

    지하에서 채취한 물질이 지름 7.5cm의 금속관에 담겼습니다.

    금속관에 담긴 물질이 뭔지 뚜껑을 열어봤습니다.

    진흙처럼 보이는 흙 사이사이에 뭔가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플라스틱, 비닐, 목재 이런 게 다 혼합돼 있습니다."

    수십 년 된 라면 봉지도 썩지 않고 나왔습니다.

    상표가 선명한 플라스틱 포장지와 유리,담배꽁초도 있습니다.

    이곳은 경기도의 한 지자체가 30여년 전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한 뒤 환경복원한 곳입니다.

    과학자들이 쓰레기 매립지를 시추한 이유는 뭘까요?

    인간이 남긴 흔적이 지층이 된 현장을 찾는 겁니다.

    [남욱현/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인류의 흔적이 과연 어디까지 지구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을 파악하는데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려고 합니다)"

    지각변동이 지층에 흔적을 남기듯 인간도 지층에 흔적을 남깁니다.

    지층에 남은 흔적이 화석인데, 인간이 남긴 플라스틱 등 인공물은 '기술화석' 이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총량은 30조 t.

    현재 모든 인간의 무게를 합친것보다 10만 배나 많고 플라스틱만으로도 인간의 무게를 넘어섭니다.

    인간이 내뿜는 온실 가스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대기 중 탄소의 무게는 8천3백억 t으로 늘어났고 지금도 해마다 40억t씩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이런 지구적인 변화는 모두 지층에도 기록됩니다.

    인간은 자연과 단순히 상호작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화산과 지각변동처럼 지구의 환경을 바꾸는 ‘자연의 힘’으로 커졌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16년 '파리협정'은 인간이 지구적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점에 처음으로 세계가 동의했습니다.

    지질학적 시대 구분은 크게 대, 기, 세 순으로 세분화되는데 지금은 신생대 제4기 홀로세입니다.

    많은 과학자는 인간이 남긴 흔적이 화산과 지진을 능가하는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자고 합니다.

    지구환경에 새겨진 인간의 흔적을 새로운 역사로 인식하는것 그것이 바로 인류세라는 개념입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고 열대우림이 불타고 환경오염이 극심해진 시기는 20세기 중반 이후입니다.

    과거에도 온난한 시기는 있었지만 지금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의 속도는 그보다 170 배나 빠릅니다.

    [박범순 교수/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 센터장]
    "언제를 인류세의 시점으로 봐야 할 것이냐. 산업혁명으로 봐야 될 것이냐. (투표에 참여한 과학자의) 90% 정도가 1950년으로 하는데 동의를 했고."

    지질시대 명명권한을 가진 세계 층서학회는 각국의 지층에서 인간의 흔적을 확인한 뒤 '인류세' 명명 여부를 공식 의제로 채택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 취재 : 한재훈 나경운/영상 편집 :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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