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멀쩡히 살아있는데 형제복지원에서 사망처리가 돼 평생을 가족과 생이별한 사람도 있고, 겨우 형제복지원을 탈출했지만 곧바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을 나온 뒤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이들은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며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차현진 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리포트 ▶
6살 나이에 부산의 한 고아원에 버려졌던 이춘석 씨.
고아원 몇 곳을 전전하다 형제복지원에 들어갔는데, 가자마자 일상적으로 폭력을 당했습니다.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춘석/형제복지원 피해자]
"머리통을 막 퍽퍽 찍어버려 완전히‥ 찍으면 머리가 나중에는 곪아서 만지면 물렁물렁 해가지고‥"
이 씨는 9년간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형제복지원을 탈출해 서울로 갔습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이번엔 삼청교육대로 끌려갔습니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그곳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춘석/형제복지원 피해자]
"(삼청교육대에선) 군홧발로 위에서 사람 바짝 누워서 그냥 밟아버리고‥"
10대는 형제복지원, 20대는 삼청교육대.
기막힌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학교도 다니지 못한 이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한 쪽방촌 1.5평짜리 방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춘석/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짜 왜 태어나 갖고 이렇게 생고생을 하면서 이 땅에서 살아야 되는지가 진짜 그게 너무 후회스럽다니까요‥"
또 다른 피해자 설수영 씨.
6살 때 길을 잃었다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는데 복지원 측이 신상정보를 다르게 기재해 가족과 생이별하게 됐습니다.
여러 차례 복지원을 찾고도 수영 씨를 발견하지 못한 가족들은 결국 사망신고까지 했습니다.
[설수영/형제복지원 피해자]
"(잘못된 정보를) 다 써놓은 겁니다 자기들 입맛대로‥ (가족들이) 못 찾으니까 그렇게 신고를 하지 않았나‥"
그렇게 달라진 이름으로 혼자 살아온 지 48년 만인 올해 초.
구타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를 못 쓰게 된 설 씨는 기적적으로 가족과 재회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고통은 진행형이지만 국가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소극적입니다.
지난해부터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국가배상 소송이 진행돼, 법원이 13명에게 25억 원을 배상하라고 조정했지만, 법무부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진실화해위원회 권고에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위동원/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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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현진
차현진
형제복지원 탈출했다 삼청교육대행‥가족과 48년 생이별도
형제복지원 탈출했다 삼청교육대행‥가족과 48년 생이별도
입력
2022-08-24 19:47
|
수정 2022-08-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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