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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어요", 폭우도 폭염도 전과 다르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어요", 폭우도 폭염도 전과 다르다
입력 2022-08-25 20:04 | 수정 2022-08-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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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번 수도권 집중 호우 당시 반지하를 덮친 참사를 보면서 물은 아래서부터 차오른다는 말을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재난은 늘 그렇듯 힘없고 취약한 계층들에게 더욱 가혹하죠.

    폭우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뭄과 폭염, 해수면 상승을 비롯한 기후 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취약 계층들에게 기후 위기는 이제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 MBC 기후 환경팀이 골목길까지 들이닥친 기후위기를 아래서부터 바라보는 연속 기획을 시작하는데요.

    오늘 첫 시간에는 살인적으로 변해가는 폭우와 폭염 속에서도 오토바이에서 내릴 수 없는 플랫폼 배달 기사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류현준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경기도 용인시의 도로.

    배달 기사 김현준 씨가 물살을 가르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질주합니다.

    그칠줄 모르는 비에 시야는 좁아지고, 도로는 미끄러워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8일 수도권 폭우때도 김씨는 배달을 했습니다.

    김씨는 쏟아지는 폭우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김현준/배달 기사]
    "10시 넘어서는 물살이 너무 세고 물이 역류되고 그래서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더라고요."

    네 배나 뛴 배달비와, 플랫폼이 기사 개개인에게 매기는 등급제에 쉴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일부 플랫폼은 일주일 전에 미리 일정을 잡습니다.

    [김현준/배달 기사]
    "지각을 한다든지 노쇼를 한다든지 그려면 2등급으로 강등되고요 또 마찬가지로 2등급이었는데 노쇼를 한다거나 지각을 하면 3등급으로 강등됩니다"

    지난 8일 집중호우가 내린 서울 구로구의 아파트.

    현관에 서 있던 배달기사 앞으로 차들이 밀려옵니다.

    산사태가 덮친 건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영빈씨는 빗길 교통사고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배달중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양쪽 무릎에 부상을 입고 큰 흉터가 생겼습니다.

    [김영빈/배달 기사]
    "지하주차장에 물기가 좀 많이 고여 있어서 회전하려면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잖아요"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빗길 속 이륜차 사고로 1,800여 명이 다쳤고, 3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영빈/배달 기사]
    "(내년도 그렇고 내후년도 그렇고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내년에도 이러면 더 큰일날 것 같아요."

    문제는 기후변화로 폭우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2천년을 기준으로 이전 20년과 이후 20년간 전국 기상관측소의 폭우 일수를 비교해 봤습니다.

    시간당 50mm 이상 폭우일수는 282일에서 425일로 늘었고.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는 2배로 급증했습니다.

    [구교현/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이제 더더욱 실감을 하게 됐죠. 기후변화라는 것에"

    배달기사를 위협하는 건 폭우 뿐만이 아닙니다.

    [김현준/배달 기사]
    "햇볓이 예전하고 달라서 살이 익는다는 느낌 있지 않습니까?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고요"

    작년 여름, 허리케인으로 물에 잠긴 미국 뉴욕시.

    전기 자전거를 끌고 무릎 위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음식을 배달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하원의원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공유하며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제발 배달 주문을 멈춰 주세요. 취약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라는 글이 공감을 얻었습니다.

    [구교현/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지금 폭우는 견디면서 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근무를 멈춰야죠."

    극단적인 날씨에는 플랫폼측이 '배달 멈춤' 을 선언하고 기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그냥 배달만 멈추면 수입에 문제가 생깁니다.

    [오민규/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기후 위기가 오면서 이런 종류의 재난들이 이제 꽤 많이 벌어질 거라서.기금이나 별도의 사회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정부와 플랫폼 회사가 기금을 마련해, 배달 멈춤사태가 벌어져도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자는 겁니다.

    이들에게 기후 위기는 생업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김현준/배달 기사]
    "(기후변화가 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결코 멀게 느끼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것은 10년 이내라고 생각을 합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남현택, 김재현 / 영상편집 :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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