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정부가 이렇게 대기업들 편을 들어서 개정하려고 하는 법이 또 있습니다.
시행이 된 지 7개월을 맞은 중대 재해 처벌법인데요.
주무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이 법을 고치라고 고용노동부에 문서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노동부 안에서는 기재부의 월권이라는 불만과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1조는 법의 목적을 정해놨습니다.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돼있습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한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 시행 전부터 경영책임자 처벌은 너무 과하다며 개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가 고용노동부에 이 조항을 고치라는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목은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방향'
정식 공문도 아닌 이메일로 전달됐습니다.
내용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도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조항을 넣으라고 돼있습니다.
이대로 법이 개정되면, 경영책임자는 처벌을 면하고 안전보건책임자가 대신 처벌받게 됩니다.
[문은영/중대재해전문가넷 변호사]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시킨다. 사업주 대신 처벌을 받는 사람만 두는 꼴이라서 법이 굉장히 우스워지는 거죠."
기업들의 요구대로, 기획재정부가 법까지 개정하라고 한 것에 대해, 노동부 안에서는 월권이라는 불만과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어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그게 아마 좀 성급했다 싶은 생각은 있는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저희들이 중심을 잡고 이 법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개선해 나갈 방침입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도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최고경영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의 요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 (오늘, 2022 한국노동사회포럼)]
"그 핵심은 최고경영자가 실질적으로...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법 시행 7개월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 사고는 366건.
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건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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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기재부가 대기업 민원 창구? "중대재해처벌법 고쳐라" 월권 논란
기재부가 대기업 민원 창구? "중대재해처벌법 고쳐라" 월권 논란
입력
2022-08-26 20:06
|
수정 2022-08-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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