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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었는지도 몰라요"‥기댈 곳 없는 보호종료 청년들

"왜 죽었는지도 몰라요"‥기댈 곳 없는 보호종료 청년들
입력 2022-08-26 20:09 | 수정 2022-08-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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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보육원에서 자라다 사회에 나와 홀로서기를 시도하던 청년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은 보통 만 열 여덟 살, 청년이 되면 5백만 원 정도의 돈을 들고 세상에 홀로 내던져지는데요.

    어디서 일을 해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지도 모르겠고, 기대어 마음 나눌 사람도 없어서 막막해하는 이런 자립청년들을 사회는, 우리는,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요.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단체인 '고아권익연대'.

    이 단체에서, 몇 년이 지났는데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서류 하나가 있습니다.

    이름 이지우, 1993년 생. 작성 당시 스물 여섯살이었습니다.

    사는 곳은 명동의 한 고시원, 직업은 백수라고 적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뇌전증을 앓고 있어 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신인성/고아권익연대 사무국장]
    "보육원 안에서 그 선생님한테 많이 맞았대요.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쓰러졌는데 그때부터 뇌전증이 와서‥ 그래서 직장도 못 다니고 그때 당시에 고시원을 전전하고 있었어요."

    지우 씨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 75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고시원비로 매달 30만 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비를 썼습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냐는 단체 측의 질문에 지우 씨는 그보다도 외로움이 힘들다며 다른 부탁을 했습니다.

    [신인성/고아권익연대 사무국장]
    "다른 거 다 지원 같은 거 필요 없고, 한 달에 한 번씩 자기를 만나서 놀아주는 거, 시간 보내주는 거 (해달라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된 지 1년 여 만인 2019년 12월, 돌연 지우 씨와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수소문 끝에, 지우 씨가 평소 다니던 병원에 '최근 진료보러 온 적 없냐' 물었더니 병원 측은 "시신으로 왔다"고 전했습니다.

    병사인지 혹은 극단적 선택인지, 여러 기관에 물었지만 끝내 듣지 못했습니다.

    "사인이 뭐냐, 경찰서에도 주민센터에도 의뢰를 했죠. 그랬는데 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말을 해줄 수 없다는 거예요."

    흐릿한 사진 속 지우 씨는 세상에 없는데, 국가시스템이 그의 행방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매년 2천 명 넘는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떠나 최소 5백만 원의 지원금을 들고 홀로서기에 나섭니다.

    하지만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이들 4명 가운데 1명 꼴로 연락이 두절 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희망하면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물 수도 있지만 그때까진 자립정착금과 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들의 정서적 어려움을 도와줄 전담 상담인력도 전국에 120명뿐입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편집: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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