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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수 끌어다 가뭄에도 푸른 골프장‥ 농민들은 어쩌라고‥

농업용수 끌어다 가뭄에도 푸른 골프장‥ 농민들은 어쩌라고‥
입력 2022-08-30 20:38 | 수정 2022-08-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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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올해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민들은 '물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물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골프장의 잔디는 푸르기만 하죠.

    농어촌 공사가 공공연하게 골프장에 농업 용수를 팔아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양정은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골프장에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고, 나무숲은 녹음이 우거져 있습니다.

    코스 위에 만들어 놓은 인공 연못에도 물이 꽉 차 있습니다.

    강수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유례없는 가뭄이 무색할 정도로, 골프장엔 물이 넘쳐납니다.

    [골프장 관계자]
    "저희들이 폰드(인공호수)가 이렇게 내려가면 시각적으로 보기가 좋지 않지 않습니까. 저희들 상품을 팔아야 하니까‥"

    반면, 골프장 인근 농지의 밭작물은 누렇게 말라 있습니다.

    작물들이 타죽으면서, 아예 밭을 갈아엎는 곳까지 속출합니다.

    지척에 농업용 저수지가 있지만, 농민들은 봄부터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아우성입니다.

    [농민/전남 해남군 화원면]
    "저수지에 물 없어요. 아래도 그렇고, 저 아래도 그렇고‥ 배추(농사) 하려면 힘들어요, 지금. 물이 없으니까‥"

    주변 428헥타르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덕 저수지입니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저수지 수위가 확연히 내려갔고, 남은 물에는 녹조만 가득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저수율은 70~80%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는 30%대로 용수공급이 어려워질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저수지에서 올해 골프장이 끌어다 쓴 물은 무려 24만 톤.

    2019년 이후 골프장 잔디와 조경에 쓰인 농업용수만 141만 톤에 이릅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농어촌공사는 골프장에 톤당 68원에서 81원가량에 물을 팔아 같은 기간 1억여 원의 이익을 거뒀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국가에서 농어촌공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수요를 창출해 도로공사는 요금을 받듯이 농어촌공사 저수지도 남는 잉여수만 있으면 사용하는 게 국가 법입니다."

    또 저수율이 평년 대비 60% 미만으로 떨어진 지난 5월 말부터는 골프장에 물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저수율은 이미 20%대로 심각 단계까지 떨어져, 농민들은 한해 농사를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김선택/전남 해남군 문내면]
    "농민들 쪽으로 물을 줘야지, 뭐 쓸데없는 골프장 같은 데 물을 줘서 쓰겠어요?"

    올해 농업용수를 골프장에 판매한 농업용 저수지는 전국에 14곳에 이릅니다.

    MBC뉴스 양정은입니다.

    영상취재 김승호 /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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