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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중독된 기업, 안 바꾸나 못 바꾸나

플라스틱에 중독된 기업, 안 바꾸나 못 바꾸나
입력 2022-09-15 19:56 | 수정 2022-09-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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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연속 기획, 두 번째 날입니다.

    어제는 저희 기후환경팀 기자 3명이 일주일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에 둘러싸이는 모습을 보셨는데요.

    소비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품을 담고 포장할 때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만나볼 텐데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플라스틱 세상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한 중학교 교실에서부터 리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류현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플라스틱 조사에 참여한 서울의 한 중학교입니다.

    < 김명주 오정우 >

    서울 목운중학교 1학년 15반 김명주, 오정우입니다.

    저희는 학교에 올 때 생수병, 간식 포장재 같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많이 갖고 옵니다.

    과연 저희 반에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버려지는지 일주일 동안 조사해봤습니다.

    이른 아침 등굣길.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오던 친구의 가방에 생수병이 꽂혀있습니다.

    "쟤가 플라스틱 가져왔어요. <너 뭐해? 하하하.>"

    친구들의 가방마다 약속한 듯 꽂혀있는 생수병.

    우리 반 29명 대부분이 매일 아침 이렇게 페트병을 한두 개씩 갖고 옵니다.

    [김지수/담임교사]
    "갖고 온 플라스틱을 위로 들어서 한 번 흔들어 줄까요? 지금 거의 다 물은 갖고 온 것 같네?"

    며칠 만에 교실 앞 수거함은 페트병으로 가득 찼습니다.

    바로 옆 다른 수거함에는 간식 포장재가 가득합니다.

    [김지수/담임교사]
    "젤리 정말 많이 먹는구나 우리 반."

    일주일 동안 저와 친구들이 버린 페트병은 모두 122개였어요.

    곱셈을 조금만 해보면, 1, 2, 3학년 한 학년에 15학급이 있으니까 일주일에 우리 학교에서 버려지는 페트병만 모두 5천 개가 훌쩍 넘는 거예요.

    친구들은 플라스틱을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네요.

    [김대경]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이 너무 많았다는 점을 반성할 점으로 생각했습니다."

    ◀ 기자 ▶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정성들여 만든 영상 잘 보셨나요?

    그런데 마지막 학생의 말,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해서 반성한다는 말이 좀 안타깝지 않은가요?

    우리 청소년과 소비자가 지금처럼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게 만든 제조회사들의 책임은 없는 걸까요?

    시민 2천6백 명이 참여한 지난해 플라스틱 조사에서는 7만 7천 개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왔습니다.

    어떤 기업 제품이 가장 많이 나왔는지 봤는데요.

    1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식음료 회사들이었습니다.

    조사 기간 중 각 가정에서 쓰고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의 4분의 1은 이 10개 기업이 만들었습니다.

    특히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잘 봐 주시기 바랍니다.

    취재팀은 이 5개 회사에 연락해, 제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지 물었습니다.

    기업들이 밝힌 플라스틱 사용량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집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와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 순위가 일치했습니다.

    기업들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만큼 소비자는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정윤, 김호경]
    "과일 아래 깔려 있는 모든 게 플라스틱이에요."

    [국재심]
    "(기업들이) 안 만들면 되죠. 정부에서 법으로 만들던지 해야 될 것 같아요. (환경이) 걱정돼요. 진짜 솔직히 말해서…"

    기업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한 음료회사는 무라벨 생수병과 플라스틱병의 무게를 줄였다고 말했고.

    추석 선물세트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겠다는 회사, 라면의 포장지를 줄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회사.

    80여 종에 달하는 비스킷 제품에 들어갔던 플라스틱 용기를 모두 제거했다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플라스틱 세상에 뭔가 변화가 생길까요?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부분적으로 플라스틱을 제거하거나 플라스틱 두께를 얇게 하거나 하는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포장재,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기업들이 친환경 소재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차윤탁/그린피스 프로그램 부국장]
    "소비자분들이 생산자들한테 꾸준히 플라스틱 감축을 요구하고 생활방식을 바꿔 나가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와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게 있습니다.

    플라스틱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부는 제 몫을 하고 있는 걸까요?

    내일은 이 문제를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김동세, 강종수 /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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