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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참사 한 달, 현장은 지금? "세 가지 인재가 피해 키웠다"

포항 참사 한 달, 현장은 지금? "세 가지 인재가 피해 키웠다"
입력 2022-10-07 19:46 | 수정 2022-10-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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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곳, 포항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지하주차장에 차 빼러 내려갔던 아파트 주민들이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목숨을 잃었고, 4층짜리 펜션이 통째로 내려앉았습니다.

    마을 절반이 물에 잠긴 곳도 있었습니다.

    한 달 만에 MBC 취재진이 찾아가 봤습니다.

    포항의 현장들은 여전히 상처가 깊고, 하나같이 인재의 현장이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 자연 재난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형태로 우리를 덮치지만 우리의 재난대책은 한참 뒤쳐져 있습니다.

    왜 인재였는지, 류현준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 리포트 ▶

    포항시 오천읍을 가로지르는 냉천에 놓인 돌다리입니다. 한달 전 밀려든 토사로 다리 절반은 흙 속에 빠묻혀 있고요.

    이 곳에서 제방을 너머 4차선 도로 하나만 건너면 인명 피해가 집중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나옵니다.

    지하주차장 희생자 8명 중 6명이 숨진 한 지하주차장.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주차장에는 차를 댈 수 없습니다.

    주차장 입구에는 지금도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고 내부는 공사중입니다.

    전기시설이 복구되지 않아 주차장은 온통 암흑입니다.

    천장에는 누군가가 남긴 손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폭우가 멎고 범람했던 하천도 제자리를 찾았지만 유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남 씨의 부모님은 사고 당일 지하 주차장으로 함께 차를 빼러 갔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남경남/유족]
    "이게 바로 사람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이구나 부모님 잃고 집에 살림도 제대로 안돼. 아이가 있으니까 해먹이고 씻기고 학교도 보내야 되는데 정상적으로 되는 게 없는 거예요."

    수해로 큰 피해를 본 포항시 남구의 펜션 단지.

    급류가 휩쓸고 지나간 황폐한 현장에는 4층짜리 펜션 건물 한 채가 비스듬히 땅에 묻혀 있습니다.

    불어난 강물에 지반이 붕괴돼 건물이 주저앉았습니다.

    땅속에 파묻힌 펜션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온 토사가 모두 낮은 쪽으로 쏠려있고요.

    수평이 맞는 이 수영장의 수면을 보시면, 지금 펜션이 얼마나 기울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사고 두 달 전 새로 지었는데 최 씨는 여기서 잠을 자다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말합니다.

    [최율호/펜션 대표]
    "눈을 떠보니까 완전 바다가 되어가 있는 거예요.그래서 급히 이 건물에서 빠져나왔어요. 빠져나오자 앞에 세워져 있던 그 승용차 한 대가 떠내려가 버리더라고요."

    펜션측은 상류에 있는 저수지인 '오어지'가 예고도 없이 물을 쏟아낸것이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냉천은 '오어지'에서 발원해 영일만으로 흐릅니다.

    냉천을 이루는 지류의 하나인 용산천이 흐르는 마을.

    40여 가구 중 절반 가까운 집에 급류가 덮쳤습니다.

    집 안 곳곳에는 아직도 토사가 그대로 쌓여 있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주민도 상당수입니다.

    [이종연/피해 마을 주민]
    "이 주방인데 여기 펄이 이렇게 지금 아직도 이렇게 채워져 있어요. 이거 못 파내고‥"

    주민들은 마을이 이렇게 된 건 인근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 때문이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되면서 직선으로 흐르던 물길을 직각으로 꺾어 물길이 막혔다는겁니다.

    [이춘화/피해 마을 주민]
    "이렇게 꺾어 놓으니까 물길이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물도 이건 길이 아니니까 이쪽으로 터진 거예요."

    태풍 힌남노가 뿌린 시간당 111mm라는 사상 초유의 폭우.

    1차적인 수해 원인은 천재지변이지만 현장에서 만난 피해 주민들은 하나같이 인재라고 말했습니다.

    냉천 정비를 소홀히 해 하천이 범람했고, 폭우가 쏟아질 때 저수지를 방류해 피해를 키웠으며, 아파트 공사로 물길을 바꿔 마을이 잠겼다는 겁니다.

    전문가들도 주민들의 주장에 일부 근거가 있다고 말합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냉천의 경우엔 일단 하천 정비를 다시 좀 해야 될 것 같아요. 폭이 굉장히 넓은데 하류로 오면서 그 하폭이 줄어들거든요. 일반적인 하천은 그렇지 않아요. 하류로 올수록 폭이 넓어져야 되잖아요."

    포항시는 대규모 배수터널을 설치하는 등 재난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냉천 상류에는 항사댐이라는 댐을 설치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댐은 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침귀/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
    "이미 저수지가 두 개나 있고, 항사댐 건설로 범람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논리가 전혀 맞지 않고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 폭우가 쏟아지는 시대.

    주민들은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남경남/유족]
    "침수된 곳에 언제 또 침수가 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다음은 제가 될 수도 있고 그다음은 우리 아이들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인간의 대응 속도는 느리고, 포항은 아직도 끔찍한 수해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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