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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한바퀴] 생태계보고·식량안보기지, 논이 사라진다

[지구한바퀴] 생태계보고·식량안보기지, 논이 사라진다
입력 2022-10-09 20:19 | 수정 2022-10-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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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벼농사를 짓는 다랑이논.

    이곳은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다랑이논이 있는 도봉구 무수골입니다.

    논은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만들 뿐 아니라 생태적 환경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요.

    줄어들고 있는 논의 가치를 취재했습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도봉역에서 불과 1.5킬로미터 남짓.

    도봉산 아래에 노란빛의 논이 눈에 띕니다.

    약 1천4백평 가량의 논에서는 이석현 씨가 대를 이어 계곡물을 이용해 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석현/농민·서울 도봉구]
    "'야 벌써 이거 벼가 다 익어서 누렇구나' 보는 사람들이 참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사람에게만 보기 좋은 것이 아닙니다.

    산비탈의 이 작은 논은 이제는 쉽게 보기 힘든 작은 생물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이게 물자라예요?)
    "네. 걔가 물자라예요."

    깊은 산 맑은 물에서만 사는 산골조개.

    다양한 종류의 잠자리 유충과 물방개.

    그리고 새끼 미꾸라지와 같은 작은 어류까지.

    논은 생물 다양성을 위한 소중한 습지입니다.

    [김석순/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논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농촌 풍경.

    이곳은 1983년 목동입니다.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논.

    1980년에 비해 지난해 논 면적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쌀 소비량 감소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132.7킬로그램에서 56.9킬로그램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각종 개발사업과 도시의 확장도 한 몫 했습니다.

    김포공항 인근의 넓은 들녘.

    서울 가장 가까운 대규모 농경지이지만 이곳도 내년이면 공사가 시작됩니다.

    경기도 부천 100만평, 인천 계양구 100만평의 넓은 들녘이 사라집니다.

    [이강인/농민·경기도 부천]
    "50~60년 이상 농사를 지어오셨던 분들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모든 그 추억이 다 사라져가는 거잖아요. 또 하나가 이제 생계에 대한 걱정‥"

    이곳 논두렁을 걷다가 마주친 물 웅덩이.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수면으로 반쯤 몸을 내놓고 쉬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금개구리입니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던 사람과 야생 생물들이 쫓겨나다시피 떠나야 하는 상황.

    최근 들어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논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야금야금 논은 계속해서 콘크리트로 덮여가고 있습니다.

    [최진우/서울환경연합 도시생태전문위원]
    "(벼 양에 따라) 엄청난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또 만들어주거든요. 대기질 개선 또는 폭염 저감에 대해서 엄청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논의 빠른 감소는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 수준.

    쌀을 제외하면 1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쌀도 2015년까진 100%를 넘었는데 최근에는 90% 초반으로 낮아졌습니다.

    [김종인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위원]
    "물량이 부족해질 경우에는 일단 자국의 식량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수입이 어렵습니다.)/ 농지가 없어져 버리면 결국 식량을 생산할 수 없는 것이죠."

    경기도 부천 대장동에서 이렇게 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이는 황금들녘을 볼 수 있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풍요의 상징이었던 가을 들녘.

    이곳에 아파트를 세우고 도로를 놓는다면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까요.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이종혁, 이지호/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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