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나이가 많은 국가유공자의 가정을 찾아가 집안일 등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보훈섬김이'라고 부르는데, 정부가 이들을 고용해서 나라에 기여한 분들의 노후 생활을 지원해주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일부의 일이긴 하지만 이 노동자들이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입거나 전염성 질병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6·25전쟁 관련 보훈 대상자가 살고 있는 서울 은평구의 한 반지하 주택.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계란을 부치고 미역을 자르며 식사를 준비합니다.
매주 두 번씩 보훈 대상자의 집안일 등을 도와주는 '보훈섬김이'입니다.
[김 모 씨(가명)/보훈섬김이]
"병원에 동행하는 경우도 있고 주민센터나, 원하시면 이렇게 반찬도 여러 가지 해드리고 합니다."
국가보훈처에 고용된 '보훈섬김이'는 약 1천300여 명.
대부분 50~60대 중년 여성으로, 65세 이상의 국가유공자 등 1만 6천여 명에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이긴 하지만 보훈섬김이들이 성추행 또는 성희롱 피해를 겪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옵니다.
5년 넘게 이 일을 해온 한 50대 여성.
작년 11월, 80대 후반인 참전 유공자의 집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이 모 씨(가명)/보훈섬김이]
"돈을 꺼내서 쫙 펼쳐놓고 보여주시는 거예요. '어르신 돈 많으시네요' 이랬더니 갑자기 '내가 이 돈 다 줄 테니까 나랑 한 번' 이런 식으로… 농담이 아니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지만,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2년 전에도 다른 유공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었던 겁니다.
[이 모 씨(가명)/보훈섬김이]
"성인채널 같은 거 유료로 신청해놓고 그거를 제가 갈 때만 틀어요. '이거 안 된다, 보고하겠다' 이러면 금방 끄고 미안하다고…"
또 다른 보훈대상자로부터는 '보훈섬김이인데 왜 몸도 마음도 섬기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다른 섬김이 여성도 비슷한 경험을 증언합니다.
[최 모 씨(가명)/보훈섬김이]
"어머니만 자리에서 비우면 허벅지를 이렇게 만지시는 거예요. 손이 달라요. 그러니까 갈 날이 되면 걱정이 되는 거죠, 어머님이 안 계시면."
노조 측 조사에 따르면 보훈섬김이 열 명 중 한 명가량이 이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전염병 위험에도 노출돼 있습니다.
고령의 보훈 대상자가 어떤 질환을 가졌는지 모른 채 접촉하다, 감염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겁니다.
[박 모 씨(가명)/보훈섬김이]
"처음에는 결핵은 조금도 생각을 안 하고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결핵 검사를 받아보니까 결핵으로 확정이 된 거죠."
지난 5년간 보훈섬김이들이 옴이나 결핵 등 전염성 질병에 감염된 사례가 50건이 넘지만 산재로 인정된 경우는 단 1건뿐입니다.
[황운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보훈섬김이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 등 피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이런데도 국가보훈처는 성희롱·성추행 관련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훈처는 "희망하는 보훈섬김이에 한해 '2인 1조'로 근무하게 하고, 보훈 대상자들에게 성폭력 예방교육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호칭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보훈섬김이'라는 이름도 지난달 30일부터 '재가보훈실무관'으로 바꿨습니다.
MBC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 영상편집: 이지영 / 일러스트: 강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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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정우
'보훈섬김이' 열 중 하나 "성희롱·성추행 피해"
'보훈섬김이' 열 중 하나 "성희롱·성추행 피해"
입력
2022-10-10 20:27
|
수정 2022-10-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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