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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야생동물의 낙원? 멸종위기종만 41종 확인

서울이 야생동물의 낙원? 멸종위기종만 41종 확인
입력 2022-10-18 20:12 | 수정 2022-10-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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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에는 우리 인간 말고도 또 다른 이웃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입니다.

    산양이나 수달 같은 멸종위기 동물만 해도 41종이 서울에 살고 있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서울의 산과 강에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울의 자연환경이 좋아졌다는 거니까 반길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야생동물들이 서울에서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 탓입니다.

    공존,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을 위해 생각해볼 문제 아닐까요.

    류현준 기자가 현장에서 고민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시 중랑구 용마산.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던 도중 뭔가가 나타났습니다.

    꼬리가 하얀 동물 한 마리가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동물이 취재팀을 응시합니다.

    그리고는 가파른 바위산을 거침없이 내달립니다.

    머리에는 두 개의 뿔, 목 밑에는 흰색 큰 반점, 꼬리와 발은 하얀색.. 멸종위기 1급 산양입니다.

    산양이 다니는 길 곳곳에서 발견된 배설물입니다.

    직경 1cm로 고라니 배설물보다는 확연히 큽니다.

    4년 전 처음 발견된 산양은 수컷인데 8살로 추정됩니다.

    [우동걸/국립생태원 포유류팀 선임연구원]
    "산양이 좋아하는 바위지대가 넓게 형성이 돼 있어서 산양에게 좋은 먹이 장소이기도 하고 은신처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산양은 용마산뿐 아니라 인왕산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서식지를 서울 도심으로 확대하는 멸종위기종은 또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탄천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물속에서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수달 가족 3마리가 모였습니다.

    평평한 바위로 올라간 수달이 자세를 고쳐잡는가 싶더니 금세 바위가 배설물로 흥건해집니다.

    배설물을 남겨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사라집니다.

    5년 전 서울에서 수달 4마리가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은 한강을 따라 서식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조은미/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
    "수달이 여기 도심 한가운데 있는 생태공원에 서식한다는 것은 생태계가 건강해져 간다는 그런 지표고요."

    서울시가 조사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목록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모두 41종에 달합니다.

    한강을 따라 31종, 북한산에 18종 그리고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도 13종이 확인됐습니다.

    멸종위기종만 이렇고 일반 야생동물은 더 많습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입니다.

    구석구석을 살피던 사람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포획망을 챙겨 주차장 구석으로 다가갑니다.

    주차장 구석에서 발견된 건 길을 잘못 든 청둥오리 한 마리.

    "얘 너무 잘 날아간다."

    그물을 들고 청둥오리를 포획한 사람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 야생동물보호센터 직원들입니다.

    [강지윤/서울시 야생동보호센터 직원]
    "<됐나요?> 잡았어요. <박스를 가져올까요?> 네."

    구조된 동물은 관악구 야생동물센터로 실려옵니다.

    많은 야생동물이 심한 부상을 입은 채 실려옵니다.

    [하민종/수의사]
    "유리창에 꽝 박아서 건물 주변에서 서울 시내에 있는 건물 주변에서 보통 많이 발견이 돼서 뇌진탕 쇼크 상태로 많이 들어오거든요."

    부상을 입은 동물을 수술실에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실려온 이 새는 가마우지입니다.

    의료진은 가마우지 발에 깊숙이 박힌 낚시찌를 빼내고 찢어진 발을 봉합하는 수술을 해 줍니다.

    "이쪽 발이죠?"

    이 새는 유리창에 부딪혀 큰 부상을 입었지만 의료진의 노력으로 회복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입니다.

    방사를 앞두고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서울시 야생동물센터가 구조한 동물은 모두 1,451 마리.

    그중에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155마리나 됩니다.

    현황판에는 구조된 동물들의 목록이 빼곡한데 살리지 못하고 죽은 개체는 붉은색으로 표시됩니다.

    [하민종/수의사]
    "열 마리 들어오면 한 세 마리 정도는 정상적으로 방생이 되는데 나머지는 죽는 경우도…"

    평소에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서울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많은 거주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그들의 공간이 인간의 공간과 겹쳤다는 이유만으로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우동걸/국립생태원 포유류팀 선임연구원]
    "야생동물 서식을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파편화된 산림들을 연결시켜주고 한강을 중심으로 한 하천 생태계를 연결시켜주는 그런 서식지 연결성의 확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확보하고 생태계를 고려해 도시를 설계하는 것.

    야생동물이 살기 좋은 곳은 인간에게도 좋을 겁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남현택, 나경운 / 영상편집: 송지원 / 영상제공: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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