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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만우절이라 생각해라" 어느 새마을금고 간부의 괴롭힘

[바로간다] "만우절이라 생각해라" 어느 새마을금고 간부의 괴롭힘
입력 2022-10-24 20:26 | 수정 2022-10-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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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세영 기자입니다.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 간부가 이성 부하직원에게 부적절하게 호감을 표시하며 10년 가까이 성희롱 등을 해왔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괴롭힘 내용도 충격이지만 이 사안에 대한 징계를 맡았던 새마을금고 측 반응도 황당했는데요.

    무슨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10년차 직원 김 모 씨가 간부급 상사로부터 받은 SNS 메시지입니다.

    2019년 4월 1일 오후 6시.

    "오늘은 만우절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그리고 미안하다"라고 돼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날 아침, 이 상사는 자신의 차량으로 같이 출퇴근을 하자며 집요하게 요청했습니다.

    부담스럽다며 거절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가해 상사 (19.4.1)]
    "(제가 편한 대로 그냥 제가 걸어다닐게요. 이게 더 불편한 것 같아요.) 아니야. 아니야, 편하게 해 그냥. (퇴근하고 걸어가는 게 더 편해요. 그냥 그렇게 할게요) 아니야. (아니에요.) 아니야. (안 타요.)"

    그러자 오후에 SNS 메시지를 보내온 겁니다.

    김 씨가 "운동 겸 걸어다니겠다"며 재차 정중히 거절했지만, 이 간부는 "아침에만 그렇게 하라"면서 계속 '카풀'을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압박은 석 달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김 모 씨 (가명) / 서울 OO새마을금고 직원]
    "차 안 타고 그냥 따로 가겠습니다 하면 '왜 내가 너 어떻게 한대?', '내가 너 어떻게 잡아먹는대?' 약간 이런 식으로‥"

    그 이전 메시지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모 부장을 잘 챙겨라, 나는 가겠다", "그대는 나보다 모 부장이 우선이다", "술 취했는데 질투 난다"고 보내온 겁니다.

    회식 때 자신보다 해당 부장과 더 친해 보였다는 이유입니다.

    [가해 상사 (19.4.1)]
    "내가 뭐가 서운했냐면, 초딩이라 생각해라. O부장은 너무 편하고 나는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그러던 이 간부는 다른 SNS 단체방에서 해당 부장이 '수고 많으시다'고 하자 "그대의 응원은 별로"라고 답하고, '제가 무슨 물의를 일으켰냐'고 묻자 "그걸 알려줘야 하냐"며 면박 주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이성 직원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피해자는 물론 인사 대상이 된 직원까지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가해 상사]
    "(한 명하고만 더 친하면 뭐라고 하시는‥) 그거 질투 나서 그러는 거야. 아무튼 나를 인상 쓰게 했다가 기분 좋게 했다가, 그런 재주가 있어"

    괴롭힘은 입사 직후인 지난 2013년쯤부터 시작됐습니다.

    밤늦은 시간, 업무와 관련없는 전화를 수 년 간 했고 받지 않으면 SNS로 연락했습니다.

    특히 회식이나 회사 체육대회 등에서, 술에 취하면 피해자를 데려오라고 요구하기 일쑤였습니다.

    10년 가까이 참았던 김 씨는 지난 7월, 자신과 가깝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또 다른 직원과 함께 이 간부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초, 새마을금고 차원의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위원들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조사위원 A (녹취)]
    "알고 계시죠. 파면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고의 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조사위원 B (녹취)]
    "직원하고 임원 사이에 이렇게 결정을 내린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한 식구 살을 깎는 것이나 똑같은 건데, 가급적이면 한 식구 아니에요."

    결국 징계위는 가해자의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면서도, '정직 1개월' 처분만 내렸습니다.

    [김 모 씨 (가명) / 서울 OO새마을금고 직원]
    "저는 약하다고 생각해요. 조만간 복직하시는 건데 지금 당장은 분리조치가 돼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이 될 수 있을지‥"

    해당 금고 측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내부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서울 OO새마을금고 관계자]
    "지금 경제가 어렵잖아요. 본인(가해자)도 잘못했다고 하시고‥ 저희도 결산도 내야 되고 금고 사정이 있잖아요."

    다른 직원들은 이 같은 괴롭힘을 방조했냐는 질문에는, 조직문화를 언급했습니다.

    [서울 OO새마을금고 관계자]
    "저희가 다 알죠. 조직문화가 과거에서 지금까지도 좀 그래왔어요. 될 수 있으면 좀 부당하다고 느껴도 좀 참고‥"

    징계 절차까지 끝났지만 가해자의 복귀까지는 2주도 채 남지 않았고, 피해자의 두려움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세영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김재현
    영상편집: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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