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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구조자, 그리고 우리도‥'공동체 트라우마' 어쩌나

생존자·구조자, 그리고 우리도‥'공동체 트라우마' 어쩌나
입력 2022-10-31 20:48 | 수정 2022-10-3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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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번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 수준의 인명피해를 마주했을 때는, 생존자와 유가족은 물론, 목격자와 현장에 있었던 구조 인력까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사진을 통해 참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에도 트라우마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조재영 기자의 리포트 먼저 보시고,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간신히 살아 남았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숨져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존자]
    "처음엔 이게 발이 닿았는데 이제 발도 안 닿이더라고요. 목만 들어올린 상태로 이제 바닥에 안 닿기 시작할 때부터 '진짜 내가 죽는구나…' 사람들 눈이 다 돌아가 있고…"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에게도 고통은 찾아왔습니다.

    [목격자]
    "그냥 너무 황망하고 그때 제가 봤던 장면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져서 제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도 잘 모르겠고…"

    죄책감까지 든다고 말합니다.

    [목격자]
    "돌아가신 분들이 힘없이 돌아가시는 그런 장면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죄책감이 계속됐습니다."

    수많은 재난을 겪은 20년차 구급대원에게도 그날의 참혹한 광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현장 출동 소방관]
    "5분이고 10분이고 CPR을 계속하면 살 수 있다, 이런 심정으로 한 분 한 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계속 쏟아져 나오니까… 전쟁 아니고서는 이런 모습이…"

    한 경찰관은 "한 분이라도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현장 출동 소방관]
    "우리 소방관뿐만 아니라 경찰관 또 보건소 직원분들 또 그 주변에 같이.. 이제 (CPR 해주신) 시민분들도 걱정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이게 직업이지만 그분들은 이게 인생 처음 경험하시는 거잖아요."

    충격적인 재난을 겪었을 때 유발되는 심리적 외상인 트라우마.

    희생자와 생존자는 물론 그 가족과 지인, 그리고 상황을 직접 맞닥뜨린 사람들, 예를 들어 의료진과 경찰, 취재진에게서도 트라우마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말리지 못했다', '구하지 못했다' 같은 자기 비난과 죄책감이 대표적 감정 반응입니다.

    [정찬승/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이사]
    "이런 트라우마 경험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정서가 마음 속에서 위로 쫙 올라오게 되니까 잘못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이런 비난의 화살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쏟아지게 됩니다."

    특히 이번 참사의 경우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이 전해졌기 때문에, 영상을 반복적·지속적으로 접한 시민들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소정섭 / 영상편집 : 류다예

    ◀ 앵커 ▶

    조재영 기자와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조 기자, 이번 참사를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은 누구나 트라우마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알려주시죠.

    ◀ 기자 ▶

    당사자도 주변에서도 관련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우선 생존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증상은 참사 당시의 끔찍한 기억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재경험'입니다.

    이 때문에 불안과 공포, 공황이 찾아올 수 있고요.

    이런 고통을 회피하려다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가족에게 가장 먼저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은 원망과 분노, 그리고 죄책감입니다.

    희생자의 지인이나 사고 영상을 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도 '간접 트라우마', 즉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워낙 끔찍한 참사였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누구든,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당연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 앵커 ▶

    이런 증상들을 좀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기자 ▶

    시간이 지나면 보통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심해지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선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선 사고 관련 기사나 뉴스를 지나치게 보지 않아야 합니다.

    무조건 피하는 것 역시 트라우마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고통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걸 인정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술·담배에 의지하는 건 금물이고 혼자 지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을수도 있으니 관련있는 분들은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앵커 ▶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 인터넷 상에서는 무분별한 사고 영상 유포는 물론이고, 희생자에 대한 비난이나 사실 확인이 안된 내용의 뉴스들까지 돌고 있지 않습니까?

    트라우마를 악화시키는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데요.

    ◀ 기자 ▶

    네, 관련 학회들이 잇따라 우려와 자제를 당부하고 있고요.

    정부도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참사 당시의 자극적인 현장을 그대로 노출시킨 영상과 사진에 대해 삭제와 차단 조치를 취했고요.

    경찰도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과 가짜뉴스에 대해 엄중 처벌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오승진/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
    "악의적인 비방글이나 또 신상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를 검토하고 있고, 현재 6건에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 앵커 ▶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기자 ▶

    정부가 국가트라우마센터 안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리고,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1천명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심리 지원을 원하시는 분들은 지금 화면 아래 보이는 전화번호로 연락하셔서 꼭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앵커 ▶

    지금 화면 아래 저희가 번호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센터 1577-0199로 전화하셔서 꼭 상담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조재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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