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주최 측이 없었다' 정부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한번 집중적으로 따져 보겠습니다.
'경찰은 주최 측의 요청이 없으면,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
어제 대통령실이 이렇게 밝혔는데요.
그런데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이미 '극도의 혼잡'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찰의 책임과 권한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최 측이 없어도 참사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충분했다는 겁니다.
이기주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논란이 촉발된 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난 30일 발언이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10월 30일)]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150명 넘게 사망한 참사를 두고 치안과 질서 유지 주무부처 장관이 이같은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장관은 물론 현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확산됐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까지 나서 이 장관의 발언을 해명했습니다.
어제 브리핑에 나선 대통령실 관계자가 "주최 측의 요청이 없을 경우 경찰이 선제적으로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다"고 한 겁니다.
이 장관을 두둔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이같은 해명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경고, 억류, 피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던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한마디로 현행 법으로도 경찰이 당시 이태원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보면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게 경찰의 임무예요. 이태원 사태는 극도의 혼잡이 됐을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경찰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직접 해야 되는데‥"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시스템을 만들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파 관리에 차이가 나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법이나 제도가 없으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안전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하나의 '매뉴얼 지상주의' 아니면 소위 말해서 규칙에 너무 매몰돼 있는 본말전도, 이런 안이한 행정 태도, 그런 것의 표현이 아닌가‥"
'주최 측의 요청이 없었다, 경찰에 법적 권한이 없었다'고 한 대통령실 발표에 대해 비판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오늘은 "주최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말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찰과 지자체의 협업장치를 마련하겠다, 민관합동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윤 대통령은 이태원 분향소를 찾아 두번째 조문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연일 새로운 안전관리 시스템이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인파 통제가 가능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영상취재: 박종일, 김희건/영상편집: 조기범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이기주
'직무집행법' 있는데‥대통령실 "주최 측 요청없으면 경찰 권한 없다" 논란
'직무집행법' 있는데‥대통령실 "주최 측 요청없으면 경찰 권한 없다" 논란
입력
2022-11-01 20:06
|
수정 2022-11-01 21:04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