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참사 엿새가 지나면서, 경찰 통제선이 쳐졌던 이태원 골목길이 하나둘씩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삼거리는 물론 근처의 거리와 건물 내부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됐는데요.
손하늘 기자가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 리포트 ▶
가로등 몇 개와 빨간 경광봉이 불빛의 전부인 골목.
며칠째 통행을 차단하고 있던 경찰 통제선이 사라졌습니다.
사고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골목 방향, 더 안쪽으로 옮겨진 겁니다.
주인조차 다녀가지 못한 술집엔 불 꺼진 호박 전등이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넘어오르려 애썼던 술집 테라스 울타리도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의 노란색 테이프는 희생자 156명의 마지막 위치를 표시해 둔 유일한 기록입니다.
출입할 수 있게 된 건물 내부, 지금도 술냄새가 진동하는 깜깜한 계단엔 참사 당일의 홍보 전단이 붙어 있습니다.
반대편 방향에서 오는 골목도 일부 열렸습니다.
눈부신 불빛과 화려한 음악이 불과 며칠 전 이 거리를 뒤덮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이제는 조명을 끄면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뒷걸음치던 사람도, 허겁지겁 진입하려던 구급대원도, 모두가 좁아진 골목에 막혀 길을 잃었던 곳입니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골목을 찾은 가게 직원들은 사다리를 펴고 핼러윈 장식을 철거했습니다.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호박 전등.
이태원 거리를 밝히던 익살스런 장식이었지만 이제는 바라보기조차 힘든 그 날의 상징이 됐습니다.
[오은희/이태원동 상인]
"서로 상인들끼리 봐도 진짜 말을 서로 잇지 못하고, 할 말이 없는 상태입니다."
새로운 통제선은 아직 수사 중인 불법증축 건물과 무단으로 세워진 천막 앞으로 설치됐습니다.
자정을 향해 가는 이태원역 1번 출구의 밤바람은 갑자기 차가워졌습니다.
[시리나/독일 관광객]
"뉴스에서 참사 소식을 접하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날 밤) 이곳에 있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걸었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했는데‥"
두 차례 절을 하며 추모하는 외국인들, 또래들에게 손글씨를 적어온 대학생들이 한 마음으로 떠난 넋을 위로했습니다.
[임수아/대학생]
"수업 끝나고 합동분향소 다녀왔다가 오는 길에 소주 사서 이태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여기서 더 진심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좀처럼 발을 뗄 수 없던 시민들은 6호선 전철이 끊긴 뒤에도 이태원역 1번 출구의 밤을 지켰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김두영 김준형/영상편집: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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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하늘
통제선 걷힌 '이태원로 27가길'‥다시 가본 현장은
통제선 걷힌 '이태원로 27가길'‥다시 가본 현장은
입력
2022-11-04 22:39
|
수정 2022-11-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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