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고' 원본 지운 경찰‥"안 쓴 걸로 하자" 회유까지

◀ 앵커 ▶

특별수사본부는 특히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참사 대응관련 문건을 삭제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용산경찰서 지휘부 사이에서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걸로 하자는 회유가 있었다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서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참사 사흘 전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만들어 보고한 내부 문건입니다.

지난해 10만 명이 이태원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방역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 축제여서 많은 인파가 예상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해밀톤호텔부터 이태원소방서 구간은 많은 인파로 보행자들이 도로에 난입하거나 교통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며 참사가 일어난 부근 지역을 '사고 우려 지역'으로 지목했습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미 용산경찰서가 사고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걸 드러내는 문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경찰청 첩보 관리시스템에 등록됐고, 72시간이 지난 뒤 자동 삭제됐습니다.

그런데, 참사 직후 용산경찰서 정보과 컴퓨터에 있던 보고서의 원본까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삭제 과정을 조사하던 특수본은 정보과 직원으로부터 "이 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윗선의 회유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특수본은 이 과정에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개입된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입건했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삭제 지시는 제가 보고받기로 아마 해당 정보과장이 지시했다고 그렇게 보고받았습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정보과장 체포했습니까?"

[윤희근/경찰청장]
"지금 수사 의뢰했습니다."

이에 대해 용산서 정보과장은 "문건의 목적을 달성해 관련 규정상 지체없이 폐기한 것뿐"이라며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문서보안을 관리하라는 지시는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에 대해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경찰 윗선으로 관련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당일 이임재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도 약 40분 앞당겼다는 조작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정우택/국민의힘 의원]
"서장이 밤 10시 20분쯤 현장에 도착해서 지휘했다고 하는 거, 이거 거짓말 아닙니까?"

[윤희근/경찰청장]
"그 부분에 대해서도 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금 현재 사실확인, 수사 중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용산소방서장까지 피의자로 전환한 것을 두고 소방당국이 반발하는 등 관계기관 간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산소방서 안전대책 문건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부실 대응과 관련한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소방서장은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고 줄곧 지휘했다"며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장영근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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