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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밀려온다④] 잠기고 무너지고 소금물 침투‥현실이 된 바다의 기후재난

[물이 밀려온다④] 잠기고 무너지고 소금물 침투‥현실이 된 바다의 기후재난
입력 2022-11-11 20:25 | 수정 2022-11-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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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우리나라 해안선의 모양도 차츰 심각하게 변형되고 있습니다.

    더 깊이 들어온 파도에 더 많은 흙과 모래가 깎여나가고, 농업용 지하수는 바닷물이 차올라 점점 소금물로 변해갑니다.

    기후변화 연속기획, '물이 밀려온다' 네 번째 시간, 류현준 기자가 지금 제주와 동해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푸른 제주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해식 절벽입니다.

    오랜 기간 화산이 쌓고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절경.

    천연기념물인 용머리 해안에 있는 출렁이는 바다 옆 둘레길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합니다.

    800m 정도 되는 용머리 해안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입니다.

    그런데 만조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요.

    탐방로의 이 시작 지점을 제외한 대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입니다.

    바닷물이 계속해서 차오르고, 결국 이날 탐방로 출입구에는 출입을 막는 통제선이 설치됐습니다.

    [유옥규 / 해설사]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밀물 때였으면 여기까지 물이 올라오지 않았어요."

    바닷물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서 용머리해안의 출입 통제일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을 온종일 관람할 수 있었던 날은 5년 전만 해도 74일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6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조화백 / 관광객]
    "한 5,6년 전에 온 적은 있는데 그때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정해련 / 관광객]
    "그것(해수면 상승) 때문에 이런 관광지가 통제가 되고 그러리라고는 사실 생각을 못했는데요."

    =====

    약 2천4백 년 전에 만들어진 강원도 강릉 하시동의 해안 모래언덕.

    들이치는 파도에 모래 언덕이 무너지면서 수십 m에 달하는 아스팔트 도로까지 뜯겨나갔습니다.

    이러다 보니 해안가 곳곳에는 성인 키보다 높은 모래 절벽이 생기고 또 무너지고 있습니다.

    해안 침식으로 쓰러진 소나무들이 바다를 향해 누워 있는 모습입니다.

    주변 모래 언덕이 무너지면서 다른 소나무들도 뿌리를 드러낸 채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원인은 해수면 상승과 인위적인 해안 개발입니다.

    [최광희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조교수]
    "해수면이 상승하다 보면 더 많은 침식 기회가 생기겠죠. 두 번째로는 이 지역에 잠제(바닷속 방파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계절별로 입사되는 파랑의 각도가 바뀌면서‥"

    우리나라 주변 바다는 매년 4.2mm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동해안과 제주 부근에서는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

    해수면 상승 피해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제주도 서쪽의 한 작은 마을..이곳에선 농업용수로 쓰는 지하수가 언젠가부터 소금물이 됐습니다.

    [정수근 / 농민]
    "물을 먹어보니까 짜요. 그냥 그 물을 주면 작물이 다 죽어버려요. 그래서 폐공(방치된 관정)시켜두고‥"

    주민들은 지하수가 고갈되고 해수면은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내륙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기존의 지하수관 두 개를 폐쇄하고, 내륙쪽에 새로운 우물을 파서 물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고봉희 / 농민]
    "과거에는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못 했는데 이제는 이 관정도 이제 불안하니까 그다음 관정은 이제‥"

    해수면이 상승하면 폭우 피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포항 참사도 태풍으로 높아진 해수면 으로 강물이 잘 빠지지 못해 피해가 커졌습니다.

    제주시는 탑동 해안에 196억 원을 들여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한 빗물 저류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

    해양수산부는 전국에서 연안 침식이 심각한 상황인 해안은 조사대상 중 43%에 달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충남 당진과 전북 군산 등 연안 지역은 극심한 침수 피해를 볼 것이란 예측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강현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기후예측센터 센터장]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고, 매번 예측 또는 전망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자꾸 수정해 나가서‥"

    해수면 상승은 현실적인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해안 개발을 억제하는 노력과 더불어 눈앞에 다가온 바다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
    영상편집 :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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