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포트 ▶
이곳은 인도네시아 데막입니다.
저희는 오늘 하루종일 이곳에서 해수면 상승과 그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은 마을들을 취재했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저희 취재를 도와준 이콴씨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콴씨의 집은 오래전부터 해수면 상승으로 조금씩 잠겨가고 있는 상태인데요.
그곳에서 하룻밤 보내면서 이 엄청난 기후재난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밀착 취재해 보겠습니다.
주차 공간은 없지만 배는 댈 수 있는 집.
이콴 씨의 집은 이미 10년 전부터 조금씩 물에 잠겨가고 있습니다.
집 앞의 대나무 선착장에서 문 앞까지도 발이 물에 빠지지 않고는 갈 수가 없습니다.
[장영근/카메라기자]
"하아."
문에 들어서자 이콴 씨의 어머니가 반겨줍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물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층층이 마루를 높인 집 내부.
"마루를 계속 높이다 보니까 이 보 밑으로 사람들이 이렇게 기어서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이콴씨의 어머니는 근처에서 잡은 조개와 게로 만든 먹음직한 식사를 내줬습니다.
"손가락을 쓰기로 했습니다. 손이 엄청 더럽지만, 오늘 조개를 먹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눕기 전 간단히 씻기로 했습니다.
"비가 자주 오는 곳이니까 빗물을 모아서 이걸로 몸을 씻고 이렇게 생활하시는 모양이에요. 기후재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저희가 또 몸소 체험해서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긍정적인 해석을 남기면서 세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집 안쪽, 제일 넓고 또 가장 높이 올린 마루가 취재팀의 잠자리입니다.
"오늘 밤새 저 바닷물이 찰랑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게 될 것 같습니다. 새벽 2시부터 닭이 울었지만 그래도 좀 자긴 했습니다. 어젯밤에 저희가 이 집에 왔을 때보다 물이 좀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한번 밖에 나가보겠습니다."
밤사이 불어난 물은 이제 문지방을 넘어 집 안으로까지 넘실대고 있습니다.
밖에선 이콴 씨가 밤새 배에 고인 빗물을 퍼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제 음식을 조리하시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불편한 환경 속에서 어제 음식을 차려서 저희에게 준비를 해 주신 거네요."
집 안쪽도 다시 한 번 살펴봤습니다.
반쯤은 물에 잠긴 창문.
유리가 깨진 틈으로는 시원한 바람 대신 바닷물이 드나듭니다.
수면에서 마룻바닥까지는 불과 80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살기 어려워 보이는 열악한 환경.
하지만 돈 이 없어서 또 이곳이 삶의 터전이어서, 이콴씨 가족은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빠시째]
"무섭지 않아요. 이젠 일상이 돼서 무섭지 않아요. 물이 더 높아져도 여기서 지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집을 나서며 이제는 물에 잠겨버린 이콴 씨의 마을을 배를 타고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원, 다른 집들, 이웃집들이죠. 다 물에 잠겨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작은 마을.
지금은 망그로브 숲에 사는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만 남았습니다.
"이 마을에 공동묘지가 있던 곳을 한번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보면 물 아래 희미하게 묘비 2개가 보이거든요."
이콴 씨의 할아버지도 이곳에 묻혔는데 이제는 물 아래로 잠겨 묘비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기만 한 물에 잠긴 마을의 풍경.
기후변화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이렇게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 분들은 이 엄청난 기후재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지내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인도네시아 데막에서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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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욱
[물이밀려온다⑤] 기후재난 '워터월드' 사람들‥그래도 웃음 잃지 않는다
[물이밀려온다⑤] 기후재난 '워터월드' 사람들‥그래도 웃음 잃지 않는다
입력
2022-11-12 20:23
|
수정 2022-11-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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