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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화성 피해자' 8살 현정 양‥"어디 묻었고 왜 숨겼나"

[사건속으로] '화성 피해자' 8살 현정 양‥"어디 묻었고 왜 숨겼나"
입력 2022-11-26 20:26 | 수정 2022-11-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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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희생된 가장 어린 피해자는 사건 당시 8살이었던 고 김현정 양입니다.

    당시 경찰은 살해범을 추적하기는커녕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었는데요, 국가가 유족에게 2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문제의 경찰관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화단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아이.

    33년 전, 학교에 다녀오다 실종된 8살 김현정 양입니다.

    남은 사진이 이 한 장뿐입니다.

    [김현민/故 김현정 양 오빠]
    "잘 나온 것(사진)들을 그때 당시에 (언론사에) 다 준 것 같아요."

    전단지를 만들고, 방송에도 출연하며 아이를 찾으려 했던 가족들.

    [故 김현정 양 어머니(1996년 '경찰청 사람들')]
    "살아있을 걸로 믿고 있어요. 꼭 보내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현정 양이 사진을 찍었던 그 집터에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혹시라도 현정 양이 옛 집으로 찾아올까 싶어, 가족들은 들어선 아파트에서 그대로 살고 있고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김현민]
    "똘똘했거든요. 원래 전화번호, 그 유선전화 있잖아요. 그걸 안 없앴었어요."

    하지만 현정 양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

    지난 2019년 붙잡힌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김 양 살해를 자백한 겁니다.

    딸이, 동생이 돌아올 수 없다는 걸 30년 만에야 알았습니다.

    [故 김현정 양 아버지(작년 5월)]
    "사람을 죽으면 막 가슴에 묻기는 하지만 이거는 묻지도 못하고 지금 30년 동안 헤매고…"

    그런데 현정 양이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짐작했던 사람들이 또 있었습니다.

    당시 수사했던 경찰관들입니다.

    이들은 현정 양 실종 5개월 만에, 동네 야산에서 속옷과 신발 주머니, 이름이 쓰여진 가방을 발견했고 다음 날에는 작은 손목뼈까지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은 "삽으로 시신을 묻으라"고 지시했고 가족들에겐 이런 사실을 숨겼습니다.

    경찰은 심지어 '행방불명'이었던 현정 양 사건을 '단순가출'로 종결했습니다.

    현정 양 사건은, 경찰이 아무 죄가 없던 윤성여 씨를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한 뒤 무더기 승진 잔치를 벌이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새로운 살인사건이 공개되는 걸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작년 6월 MBC '스트레이트')]
    "(김현정 양 사건은 전혀 모르셨어요?) 얘기하지 마. 나 괴롭히지 마시고, 나 신고한다니까요."

    이제는 공소시효가 다 지나버려 당시 경찰관들을 처벌할 수도 없습니다.

    "국가가 2억 2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은 받아냈지만, 소송 도중 현정 양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차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김현정 양 고모]
    "얼마나 얼마나 안타까워… 그래서 내가 어이구… 쟤 엄마도 먼저 세상 떠났지, 쟤는 혼자 됐지…"

    이춘재의 살해와 경찰의 은폐로 여태껏 현정 양의 머리카락 하나 수습하지 못했는데, 당시 경찰관들은 지금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김현민]
    "저희는 이제 사과는 바라지도 않아요. 이제 그것만 원할 뿐이에요. 사건의 진실. 그것만 알면 끝날 것 같아요."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 윤병순
    영상편집 : 권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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