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팀 탈락 자축한 이란 20대, 보안군 총에 사살

◀ 앵커 ▶

이란 대표팀은 미국에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는데요.

이란 내부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정서 때문인데, 대표팀의 패배를 자축하던 20대 남성이 보안군의 조준사격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신정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된 순간.

오히려 이란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습니다.

요란하게 차량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폭죽까지 터뜨리며 기뻐합니다.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정서가 팽배한 이란에서 월드컵 대표팀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이란인]
"이란 축구팀이 우리 국민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란인들은 그 팀을 지지하지 않아요. 그들은 이란 정부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그런데 이란팀의 패배를 자축하던 27살 남성 '메흐란 사막'이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사막은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고 있었는데, 보안군이 그를 직접 겨냥해 머리를 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숨진 사막은 이란 대표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의 고향 친구였습니다.

에자톨리히는 자신의 SNS에 유소년 선수 시절 사막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친구의 사망 경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분개했습니다.

사막의 장례식에 모인 추모객들도 이란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반정부 시위대의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독재자에게 죽음을! 독재자에게 죽음을!"

이란에서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란 당국의 폭력 진압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60명을 포함해 최소 448명이 숨졌습니다.

MBC 뉴스 신정연입니다.

영상편집: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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