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의심' 초음파·MRI 줄인다‥보장성 후퇴 우려도

◀ 앵커 ▶

"머리가 어지러워요."

지금은 이 정도만 가지고도 MRI, 즉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MRI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인데, 이러면서 관련 건강보험 지출이 3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쪽으로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급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보장성이 후퇴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혜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한 50대 환자 이 모씨.

신경학적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뇌와 뇌혈관 MRI를 찍었습니다.

40대 환자 김 모씨는 복부 불편감 등을 이유로 5개 부위에 초음파 검사를 받았습니다.

단순 증상만으로도 검사를 받는 경우가 늘면서 2018년 1천 890여억 원이었던 MRI와 초음파 검사비는 3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과도한 의료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뇌와 뇌혈관 MRI의 경우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만, 그것도 최대 2회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상복부 초음파도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인정할 방침입니다.

올해 적용 대상이었던 근골격계 MRI와 초음파도 필수 항목에만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조규홍/복지부장관]
"지난 5년간 광범위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추진되었습니다. 우선 시급한 과제는 불필요한 의료 남용과 이용을 억제하여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것입니다."

또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나 국외 영주권자는 입국 6개월이 지나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과도하게 외래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는 본인부담률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의료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안기종/환자단체연합회 대표]
"혹시 건강보험 보장성을 좀 축소하겠다. 이런 게 아니냐는 생각이 좀 들긴 듭니다. 적어도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 급여화를 확대하는‥"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한국의 의료 보장성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데도 재정 건전화를 빌미로 보장성을 축소하는 퇴행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줄어든 건보 지출은 중증·응급 분야 등 필수 의료 지원에 투입하겠다면서, 내년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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