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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좀 해지해주세요"‥시골 축산농협 어쩌나

"적금 좀 해지해주세요"‥시골 축산농협 어쩌나
입력 2022-12-08 19:55 | 수정 2022-12-0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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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금리가 높아지면서 금융기관마다 높은 이자를 내세운 예·적금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한 지역 농협이 기껏 모은 고객들에게 제발 적금을 해지해 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직원 실수로 고금리 적금 상품이 비대면으로 판매되는 바람에 무려 천억 원이 넘는 예수금이 몰리면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종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남해군에 있는 조합원 673명의 한 작은 축산농협.

    이곳은 지난 1일 연 10.25%의 고금리 적금 상품 특판을 시작했습니다.

    고객이 직접 와야 하는 '대면 가입'에 '10억 원 한도'가 목표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원 실수로 '비대면' 즉 온라인으로도 적금을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불과 9시간 만에 전국에서 5천8백여명이 몰렸고 예수금은 순식간에 1천억 원을 넘어버렸습니다.

    [김민숙/남해축산농협 전무]
    "직원 실수 하나로 비대면 판매를 '미취급'이라고 해야 되는데 (전산 시스템에) 클릭을 안 하는 바람에‥"

    가입자 중 남해 군민은 단 2명, 나머지는 인터넷 재테크 카페 등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온라인으로 가입했습니다.

    이 축산농협의 현금 자산은 3억 3천만 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억 원에 불과하다 보니, 1년에 7~80억 원으로 추산되는 이자 부담만으로도 경영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겁니다.

    다급해진 축산농협은 사과문을 올리고, 가입자 5천 8백여 명에게 일일이 해지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민숙/남해축산농협 전무]
    "해지를 해달라고 저희들이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있고‥그렇게 하니까 고맙게 그냥 이유도 없이 해지해 주신 분도 계시고‥"

    다행히 "금융기관의 실수와 농민 손해를 바탕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며 고객의 40%는 해지했습니다.

    [적금 해지 고객]
    "직원이 실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런 것 가지고 돈을 버는 게 안타까워서 (해지했습니다.)"

    해당 축산농협은 나머지 고객들에게도 해지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와도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합천농협이 연금리 8.5%, 동경주농협이 연금리 8.2%의 특판 적금을 출시하는 등 소규모 지역 단위 농협들이 가입자 폭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종승입니다.

    영상취재: 신진화(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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