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체장애인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죠.
휠체어를 태울 수 있도록 도입된, 저상버스조차도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소송을 냈던 한 장애인이 오히려 지자체에 돈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에 오르려는 장애인.
하지만 버스는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립니다.
"아저씨! 아저씨! <뒤의 것 타요. 뒤의 것.>"
승차를 거부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휠체어를 태우는 이동식 발판이 고장 났다거나,
"미안한데 이거 고장이 났어. 안 돼."
발판 작동법을 모른다는 이유입니다.
"미안해요. 내가 초보라서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일부 기사는 억지로 전동휠체어를 들어 올리다가 거부하는 장애인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살짝만 들어봐봐. 살짝만 들면 되지.> 안 돼요, 이게. 부러진다니까. <해보고 안 된다고 얘기하면 돼!>"
2016년부터 약 3년간, 경기도 평택에서 버스를 타고 대학을 다닌 뇌병변장애인 임태욱 씨가 겪었던 일들입니다.
참다못한 태욱 씨는 당시 버스업체 세 곳과 관리·감독 의무를 가진 평택시에 대해 차별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임태욱]
"아예 무시하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고… 버스에 못 타면 내가 급할 때는 한 시간을 좀 걸어다녔죠."
법원은 버스업체 3곳에 각각 1백만 원씩 배상하고, 기사들에게 장애인 탑승 관련 교육을 실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다만 평택시가 소홀했던 부분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평택시 관련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전 뜻밖의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소송에서 졌으니 소송비용 826만 원을 내라는 평택시의 요구였습니다.
버스회사에서 받는 배상금의 3배 가까운 돈을 평택시에 내야 하게 된 겁니다.
[임태욱]
"도저히 제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거는 죽어도 내가 못 낸다. 잘못한 게 있어야 제가 이걸 내죠."
사회적 차별 해소와 피해 구제를 위한 공익소송의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진 쪽에 모든 비용을 물리는 원칙은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장영재/변호사]
"공익 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저희가 결의를 하고 제기했던 사건이고요. 비용을 청구를 하게 되면 앞으로 이런 소송을 더 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미국은 공익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패소해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는 법원이 소송비용을 낼 주체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김재현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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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유경
"버스 타고 싶어요" 절반의 승소에도‥날아든 청구서
"버스 타고 싶어요" 절반의 승소에도‥날아든 청구서
입력
2022-12-08 20:27
|
수정 2022-12-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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