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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류현준, 김민욱

[집중취재M] 낚시 인구 1천만 명‥쓰레기, 불법 어획에 신음하는 바다

[집중취재M] 낚시 인구 1천만 명‥쓰레기, 불법 어획에 신음하는 바다
입력 2022-12-12 20:23 | 수정 2022-12-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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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낚시 열풍이 불면서 낚시는 등산을 제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레저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낚시 동호인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잡는 물고기 양이 늘면서 어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지는가 하면 바닷가 곳곳이 낚시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기후환경팀 김민욱, 류현준 기자가 동해와 서해, 남해를 돌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김민욱/동해·강원도 속초]
    "동해입니다. 강원도 속초 아바이 마을인데요. 낚시 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낚시를 할 수 없는 곳이라면 낚시 쓰레기도 없겠죠."

    시민단체 회원들과 낚시 쓰레기를 치우러 나섰습니다.

    얼핏 보면 깨끗해 보이지만, 쇠스랑으로 조금 긁어보자 사람들이 버린 낚싯줄이 줄줄이 나옵니다.

    [권은정/클린낚시운동본부 대표]
    "(깨끗하네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군요.) 네. 그냥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여기 보면 이거 보세요."

    방파제 바깥쪽 테트라포트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긴 장대에 카메라를 달아 내부를 들여다봤더니 낚시 도구들과 온갖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버려진 낚시 도구들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 어류는 물론이고 해녀들의 안전도 위협합니다.

    [김금옥/해녀]
    "진짜 되게 날카롭잖아요. 오리발에 걸린다든가 고무옷에 걸리면 이게 이렇게 늘어나면서 찢어져서‥"

    [김민욱/서해·인천 영종도]
    "이번엔 서해입니다. 인천 영종도인데요. 서울과 가까워서 주말이면 많은 낚시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거의 뭐 쓰레기장입니다."

    영종대교 아래 한켠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입니다.

    온갖 낚시용품과 음식 포장지들이 버려져 있습니다.

    쓰레기의 3분의 1가량은 술병으로, 맥주, 소주, 막걸리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사람이 많은 수도권 바닷가는 쓰레기도 많습니다.

    [홍소산/영종환경연합 대표]
    "정화 활동을 하고 있는데 50리터 봉지로 한 번 할 때마다 10개에서 20개 정도 수거하고 있습니다."

    낚시가 문제가 되는 건 쓰레기뿐만이 아닙니다.

    거문도에서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갯바위 낚시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거문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남해는 류현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거문도.

    위태로운 갯바위 여기저기에 낚시객들이 보입니다.

    갯바위 곳곳에는 받침대를 고정하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뚫고 납땜까지 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납땜한 곳은 망치로 내려쳐도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청정해역인 바닷속은 어떤지 물속을 들여다봤습니다.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에 낚싯줄이 칭칭 감겨 있습니다.

    버려진 낚시 의자와 낚싯대에 해양생물이 붙어 있고, 바위틈에서는 낚시 추와 봉돌이 가득합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봉돌은) 일단 납 자체가 가진 독성이 있기 때문에 그 독성이 주변의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거문도 서쪽에 있는 한 갯바위에 올라와 봤습니다.

    낚시객들이 야영을 하다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텐트가 찢어진 채 방치돼 있고요.

    텐트 말고도 사용한 물휴지 십여 개가 갯바위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국립공원 거문도에서는 야영도 취사도 모두 불법입니다.

    낚시 동호인 중 일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설정한 금어기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권은정/클린낚시운동본부 대표]
    "수중 카메라를 바닷속에 넣어서 어군 탐지기처럼 들여다보면서 낚시를 하고. 이게 정말 과연 취미로 즐기는 낚시인가 이건 조업에 가깝잖아요."

    1천만 명의 낚시 동호인들이 잡는 물고기는 연근해어획량의 20%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옵니다.

    이러다 보니 어민들과 갈등이 커지고 충돌까지 생겼습니다.

    [배성재/거문도 낚시협회장]
    "(낚시인들이) 해녀들한테 욕을 하거나 돌멩이를 던지거나‥ 한번 선상 낚시 와서 통발(고기잡이 기구) 을 보고 있는데도 잘라버려요. 칼로."

    거문도 주민들은 낚시 동호인들의 갯바위 낚시 금지를 요청했고 정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2년 전 제주 바닷가에서 발견된 거북이입니다.

    입 밖으로 낚싯줄이 빠져나와 있죠?

    몸속에서 온갖 낚시 도구가 발견됐습니다.

    바닷가 새들도 위험합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된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목에 뭔가 하얀 게 보이시죠?

    조금 확대해 보겠습니다.

    낚싯바늘을 삼켰습니다.

    날개에 낚싯바늘이 걸리는 새들도 많습니다.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을 수 있습니다.

    낚시 동호인들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낚시 허가제나 면허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홍석/시민환경연구원 연구원]
    "낚시가 해양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알려줌으로써 기본적인 교육도 되고 관리 토대를 구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많은 낚시 동호인들도 면허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최재영/낚시 동호인]
    "어족자원 보호라든지 더 크게 봐서 환경오염에 대한 그런 거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해양수산부는 여론과 실태조사, 해외 사례를 조사해 면허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위동원, 나경운, 윤병순 / 영상편집 : 김정은,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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