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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민욱

[지구한바퀴] 강남에 너구리·고라니 출현, 생태통로 누가 다니나 봤더니‥

[지구한바퀴] 강남에 너구리·고라니 출현, 생태통로 누가 다니나 봤더니‥
입력 2022-12-17 20:22 | 수정 2022-12-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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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쪽 구룡산에서 도심 속 공원을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 같지만 이곳은 야생 동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취재했습니다.

    왕복 8차선 대로를 가로지르는 다리.

    구룡산과 강남구 개포동의 공원을 잇는 육교 형태의 녹지연결로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10월 21일, 이곳에서 유명 유튜버 '새덕후' 김어진 씨를 만났습니다.

    이 연결로는 도로로 끊어진 녹지를 연결해 구룡산에서 양재천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여기 이런 연결 통로가 3개 정도 있더라고요.) 네 양재천으로 쭉 이어지는‥"

    이곳과 근처의 다른 녹지연결로 두 곳에 모두 7대의 무인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약 40일 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고 나서 다시 개포동을 찾았습니다.

    과연 야생동물들이 찍혔을까요?

    "아아. 너구리 너구리. (너구리에요?)"

    카메라를 설치한 날 밤.

    너구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다른 카메라에도 찍힌 너구리 두 마리.

    그 중 한 마리는 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립니다.

    다른 날에는 모두 세 마리의 너구리가 한 꺼번에 찍혔습니다.

    밤에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조금 으슥한 곳에 설치한 카메라에는 해가 지기 전인데도 너구리가 촬영됐습니다.

    이 녹지연결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 손님은 너구리 말고 또 있었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각, 구급차 소리가 울려퍼지는데 나타난 야생동물.

    고라니입니다.

    익숙한 듯 녹지연결로 곳곳에서 풀을 뜯습니다.

    "송곳니가 좀 나 있는 거 같죠?"

    입 밖으로 삐져나온 작은 송곳니.

    수컷입니다.

    고라니는 한 낮에도 녹지연결로를 찾았습니다.

    물론 그러다가도 사람과 마주치면 도망치기 바쁩니다.

    개포동 두 곳의 녹지연결로에서 40일 동안 촬영된 야생동물은 너구리와 고라니 두 종류였습니다.

    바로 아래로는 매일 수 만대의 차들이 지나고, 높은 아파트가 즐비한 곳.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산책로 옆이지만 녹지연결로는 너구리와 고라니의 이동통로 그 이상이었습니다.

    [김어진/유튜버 '새덕후']
    "단순히 이동통로 뿐만 아니라 뭔가 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의 이런 녹지연결로는 모두 19곳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녹치축을 통해 2년 전에는 멸종위기종 산양까지 서울 도심으로 들어왔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서울도 당연히 야생동물이 많이 있습니다. 너구리나 고라니뿐만 아니라 한강 둔치에는 멸종위기종 삵도 서식하고 있고요."

    곳곳의 끊어진 녹지와 한강을 중심으로한 생태계가 연결된다면 서울도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습니다.

    [우동걸/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박사]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 그런 것들이 이슈가 됐을 때 (시민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수용하는가 그 문제가 앞으로 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몰론 산책로에 너구리와 뱀 같은 야생동물들이 나타나면 겁이 나거나 불편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작은 배려와 양보가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 강종수 / 영상편집 :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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