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인하대학교에서 20대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사건.
그동안 2차 가해를 염려한 유족들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재판이 진행돼왔는데요.
검찰이 최근 피고인 남학생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재판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범행의 증거들이 여럿 제시됐는데요.
MBC 취재팀과 만난 유족들이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재판내용 전체를 공개했습니다.
유서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사건은 지난 7월 15일 새벽, 인하대의 한 건물 3층에서 발생했습니다.
1학년 김 모 씨가 함께 술을 마신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8미터 아래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모 씨/피의자(7월 22일)]
"<구호조치 안 하고 왜 도주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희생자분과 피해자 유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재판 내내 가해자 김 씨는 "건물에 들어간 순간부터 집에 돌아가기까지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죄송하다'면서, 반성문만 19차례 냈을 뿐입니다.
하지만 조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재판정에서 김 씨의 초기 진술을 공개했습니다.
"피해자를 보고 범행할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펴면서 밀었다" 등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를 진술했다는 겁니다.
집요한 범행 시도도 드러났습니다.
김 씨가 피해자를 2층부터 4층까지 데리고 다니며 성폭력을 시도하고, 다른 학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가는 모습 등이 CCTV에 잡혔습니다.
결정적인 범행은 새벽 1시 42분부터.
복도 CCTV에, 창틀 쪽으로 향하는 김 씨와 피해자의 모습이 보였고, 김 씨가 창문을 연 게 확인됐습니다.
의식이 없던 피해자는 창틀에 위험한 상태로 있었고, 가해자에 의해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어 2시 9분, 김 씨는 건물을 나와 피해자가 추락한 곳 바로 옆을 지나갔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가해자 김 씨가 걸어나온 이 출입구, 바로 왼편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김 씨는 피해자의 옷가지와 신발을 들고 나와 피해자 옆에 두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이어 건물 뒤쪽으로 갔는데, 무슨 생각인지 다시 돌아 나와 건너편 건물을 한 바퀴 돌고 피해자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가해자 김 씨는 이곳에 잠시 멈춰 서 고개를 돌려 피해자 쪽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김 씨의 바지에선 피해자의 혈흔이 나왔는데, 추락한 피해자에게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추정했습니다.
법망을 피하려 한 시도들도 확인됐습니다.
김 씨의 휴대전화에선, 성폭행을 시도하며 피해자의 동의를 애써 얻으려는 듯한 질문들이 다수 녹음돼 있었습니다.
[이승혜/변호사]
"유리한 말이 나오길 기다렸던 거죠. 계속 뭔가 유도를 하고… 근데 말을 한다고 해서, 항거불능이 아닌 건 아니거든요."
또 범행 후에는 피해자의 태블릿PC로 '어디냐'는 문자메시지를 적어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알리바이 조작 시도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유족들은 촬영은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이가 그런 수모를 겪고 몇 시간을 누워 있으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다"며 오열했습니다.
아버지도 "초범이고 술을 많이 먹었다 같은 이유로 감형돼선 결코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로 사례를 남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씨 측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은 인정하지만, 강간치사와 살인은 다르다"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선고는 다음 달 19일 내려집니다.
MBC 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장영근 한재훈 / 영상편집: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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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유서영
[집중취재M]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전말‥"가해자 바지에 혈흔"
[집중취재M]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전말‥"가해자 바지에 혈흔"
입력
2022-12-22 20:23
|
수정 2022-12-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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