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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경쟁‥압박감에 짓눌린 디자이너들

'승자독식' 경쟁‥압박감에 짓눌린 디자이너들
입력 2022-01-12 06:51 | 수정 2022-01-1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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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MBC는 고 이찬희 씨가 남긴 기록, 동료들과의 인터뷰와 익명 설문조사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한 개인의 극단적 선택을 한가지 원인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동료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지목했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찬희 씨의 정신병 증세가 폭발하기 직전 6개월 동안의 근무 기록입니다.

    하루 평균 8시간20분 일한 걸로 돼있습니다.

    주말 출근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수시로 밤을 새고 휴일에 일했지만, 기록에는 없습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 A]
    "책임들은 잘 안 찍어요. 벌써 딱 '야근, 특근 최대한 줄여주세요' 그러면, 누가 거기서 '어 나 야근' 이러고 찍겠어요. 자기 가족들이랑 식솔들이 다 걸려 있는데."

    디자인센터 직원들은 2018년 쯤부터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디자인한 이모 씨가 현대차의 디자인 총책임자, 센터장에 취임한 해입니다.

    그가 도입한 DDD(Data Driven Design), 데이터에 기반한 디자인 시스템은 차량 개발 기한을 크게 단축시켰습니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훨씬 세졌다고 합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 D]
    "'DDD'가 디자인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차 만드는 전체 프로세스를 바꾸는 거거든요. 디지털화를 도입해서 한 템포씩 앞으로 당기겠다. 투입되는 사람이 적어진다. 그러면 이제 또 비용 절감이 되는 거잖아요."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스타 출신 센터장.

    그는 직원들에게도 '스타'가 되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 B]
    "일부의 잘 나가는 사람들을 좀 더 밀어주는‥ 그렇게 해서 사람들한테 동기 부여를 많이 하려고 했는데, 그게 양날의 검이 되는 거죠."

    함께 협업을 해도, 공은 단 한 사람에게만 몰아주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

    특히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리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 C]
    "'입 냄새가 난다'느니, '좀 제대로 공부해라'. 후임자 앞에 세워놓고 중간자 사람들을 모멸감을 줌으로 인해서‥ '가스라이팅', 제가 그 당시에 찬희 죽고 나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대우를 한 거죠."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 A]
    "'가스라이팅'이죠. '이런 천박한 스케치는 제 눈앞에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든지. 리뷰하는 당사자 모두가 그렇게 당했다고 보시면 돼요."

    故 이찬희 씨도 그런 스트레스를 메모에 남겼습니다.

    "전무님(센터장)한테 보이는 것, 위대한 디자이너. 의도하지 않아도 상처주는 말들 조심하자."

    지난해 1월 센터장과 면담한 직후에는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서은영/故 이찬희 씨 아내]
    "리더십 연습을 좀 많이 하고, 책을 더 읽고, 밤새워서 연습을 해라."

    센터장의 말대로 이찬희 씨는 그날도 회사에서 밤을 새다, 새벽에 이상증세가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뒤 서른아홉살 생을 마감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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