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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벗겨 문신 검사"‥6년 차 노동자의 유서

"옷 벗겨 문신 검사"‥6년 차 노동자의 유서
입력 2022-01-25 06:44 | 수정 2022-01-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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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3년 전 국내 중견 철강회사 세아베스틸에서 노동자 유 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됐고, 승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렸는지, 유 씨는 휴대전화에 25분 분량의 영상과 마지막 글을 남겼습니다.

    먼저, 김수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9명의 남성.

    2명만 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발가벗은 채 가랑이만 손으로 가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6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강팀 동료들의 야유회 사진, 당시 입사 두 달 된 막내 유 모씨는, 다른 사원들 뒤에서 어깨를 웅크린 채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6년이 지난 2018년 11월 25일, 유 씨는 금강 하구의 한 공터,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공장 앞 "자취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다음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이었습니다.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 촬영한 25분 분량의 영상과,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유서가 있었습니다.

    입사 초기 야유회 사진 가장 왼쪽, 옷을 입은 채 모자를 거꾸로 쓴 반장급 지모 씨.

    유 씨는 단체 나체사진을 두고 "지 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라며 "회사 PC에 더 있을테니 낱낱이 조사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유 씨는 입사한 직후부터 지 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지목했습니다.

    [유서(대독)]
    "지 씨가 입사한 달(2012년 4월)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경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경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

    구체적인 기록과 함께, "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고도 적었습니다.

    2014년 무렵 유 씨가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으로 큰 수술을 받을 때도, 면박을 줬다고 했습니다.

    [유서(대독)]
    "고함치듯 소리가 들려온다. 너 뇌종양이야?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왜 그렇게 여러 사람 있는데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하고, 위로는 못할망정 상처를 주는지…"

    작업할 때 소음이 심한 부서라 청력 저하로 힘들어하던 유 씨가 부서를 바꿔달라 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야유회 사진 가운데, 역시 옷을 입고 있는 선배 조 모씨.

    유 씨는 조 씨에 대해선 "왜 이렇게 날 못 잡아 먹어서 안달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며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썼습니다.

    인사팀 송 모 차장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쓴 연차를 문제 삼거나, "귀는 잘 들리냐" 확인하면서, 귀에 체온계를 강제로 꽂았다고 했습니다.

    세아베스틸에서 일한 6년 간 당했던 일들을 낱낱이 적은 유 씨는, "쓰레기 같은 벌레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며 후배들에게 남긴 말로 글을 끝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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