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배추로 '해썹 인증'?‥"외부 보고서엔 양호"

◀ 앵커 ▶

국내 유명 김치 기업인 한성식품의 자회사가 쉰내가 나고 문드러진 배추와 무로 김치를 만들고 있는 실태를 보도해 드렸는데, 그런데 문제의 공장은 식약처의 '해썹 인증'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문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거뭇거뭇한 배추와 곰팡이가 피거나 변색된 무를 손질해 김치를 만든 충북 진천의 한성식품 자회사 공장.

[작업자]
"쉰내 난다고 했더니, 쉰내 나는 건 괜찮대‥"

MBC가 확보한 작년 6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작성된 이 공장의 '원자재 검수보고서'에는 재료가 불량하다는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2022년 1월4일) "배추 겉잎과 내부잎이 대부분 썩고 멍들었다"며 "수출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판정돼 있고, (2021년 12월6일) 무도 "내부가 썩어 폐기율이 높다"고 적혀 있습니다.

(2021년 8월 6일) "썩고 악취가 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이 서류들은 본사 부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내부용'이었고, '외부용'이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검수 보고서.

'썩은 배추가 10개 중 5개가 넘는다'며 '평균 수율 54%', 즉 절반 가까이를 버려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짜의 '입고검사대상'에는 수율이 80%대, 즉 도려내야 하는 부위가 20%도 안되고, 이물이 없고 품질이 '양호'해, 최종 판정은 '적합'한 걸로 돼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건, 입고검사대장에 수율, 즉 쓸 수 있는 부분이 77%가 넘는 제품만 납품받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입니다.

[공익신고자]
"이거는 이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외부 감사용, 그런 걸로 만들어 놓은 거죠.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이에 대해 한성식품 측은 "입고대장은 배추가 입고될 때 작성됐고, 검수보고서는 문제 있는 재료만 골라 따로 검사한 거라 수치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문서를 직접 작성한 공장 직원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보고서 작성 직원]
"계속 많이 썩은 게 들어오다 보면 그걸 계속 (외부용 보고서)에 적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좀 약간 제가 임의로 그렇게‥부적합이면 사실은 돌려보내는 게 맞잖아요. 보통은 돌려보내기가 힘들죠."

MBC 취재 결과 이 '외부용 보고서'는 식약처에도 일부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성식품 자회사의 공장은 지난 2006년부터 식약처가 안전한 식품 공장으로 보증하는 '해썹' 인증을 받았습니다.

해썹 인증은 3년마다 갱신되는데,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공장이 2020년 현장 검사에서 기준 점수를 넘고, 법 위반도 없어 작년에는 현장 검사가 면제됐다"면서 "작년 서류 검사에 문제가 없어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한성식품은 거듭 사과문을 내고 문제된 자회사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물론 다른 본사 공장 3곳을 전면 중단하고, 위생 품질 전반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농림부도 한성식품 김순자 대표의 '김치 명인' 지정 철회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강종수/영상편집 : 고무근

※ 한성기업 및 크래미와 고급맛살을 전문으로 생산중인 한성식품㈜은, 김치전문기업인 ㈜한성식품(한성김치)과 관계 없는 기업임을 알려드립니다. 한성기업은 이번 김치 사건의 ㈜한성식품과 기업명이 동일해 같은 기업으로 오해받는 상황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성기업은 창사 이래 김치에 대한 생산 또는 유통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또 현재 시중에는 '한성식품'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품 업체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소비자들이 이번 보도에 등장하는 '㈜한성식품(한성김치)'과 혼동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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