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같은 장소에 같은 규모로 골프장을 짓는데 훼손될 나무가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가 환경 당국을 통과했습니다.
자연재해도, 벌목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권기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산 일대입니다.
2010년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골프장 건설로 훼손되는 수목이 4만 7천 그루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작성된 평가서에는 2만 8천 그루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비슷한 규모로 조성되는 다른 골프장과 비교해보면,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훼손 수목이 줄면 환경훼손이 적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고, 훼손 수목의 10%를 옮겨심어야 하는 사업자로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 상에 훼손되는 수목이 10년 만에 40%가 줄었지만,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식생 조사를 한 지점이 달라 훼손수목량도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사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지적합니다.
[최진우 박사/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
"훼손지 면적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훼손수목량이 준다는 것은 인위적인 판단으로서 훼손물량을 축소했거나, 거기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빠졌다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청 담당자는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표본조사 지점이 변경됐다는 것만으로 훼손 수목량이 급감한 걸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해 온 주민들은 누군가 고의적으로 훼손수목량을 줄였고, 이를 관리 감독할 당국이 눈을 감아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규옥/원주시 신림면]
"원주시와 협의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이 굉장히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눈 감아주고 했었던…"
각종 개발사업의 추진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권기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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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권기만
골프장 지으려 벌목하는데‥'오락가락' 환경영향평가
골프장 지으려 벌목하는데‥'오락가락' 환경영향평가
입력
2022-02-2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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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2-02-2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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