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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무너지고 곡식은 잿더미‥가슴 타버린 주민들

집 무너지고 곡식은 잿더미‥가슴 타버린 주민들
입력 2022-03-06 07:18 | 수정 2022-03-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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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주로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고 사는 경북 울진의 시골마을들은, 이번 산불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수대째 살아온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돼 버렸는데, 그 현장을 손구민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 리포트 ▶

    처음 불이 시작된 경북 울진군 두천리.

    마을과 도로에는 인기척이 뚝 끊겼고 머리 위에는 소방헬기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물을 쏟아붓습니다.

    불이 번져나간 방향을 따라, 옆 마을로 향했습니다.

    불길이 넘어온 산등성이는 나무와 바닥 모두 새카맣게 그을렸습니다.

    129명의 주민이 살던 작은 마을 사계리,

    폭격이라도 당한 듯 하나같이 지붕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에어컨 실외기는 열기에 터져나가버렸고, 깨져버린 항아리, 안에 담겼던 곡물도 모두 재가 돼 버렸습니다.

    [남원순/사계리 주민]
    "새벽 1시쯤 돼서 확 불이 넘어왔어요. 넘어 왔는데 남자 10명으로서는 대응할 수 없는 그런 엄청난 화마였어요."

    발화점에서 약 20분 거리인 이곳은 소곡리입니다.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 중 하나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해만 남아있습니다.

    폭삭 주저앉은 농가로 다가서자,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인이 대피해 버린 빈 집을 강아지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뼈대만 남은 농가 창고 건물, 발을 딛자 아직 따뜻한 재가 날립니다.

    의자는 철제 틀만 앙상하게 남았고, 가정집 두꺼비집은 열기에 녹아 흘러내렸습니다.

    외양간에는 겨우 화마를 피한 소들만 남아있습니다.

    주로 고령층인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온 삶의 터전들은, 강풍을 타고 온 불길에 순식간에 잿더미가 돼 버렸습니다.

    [전종두]
    "집은 50년 넘은 집이고,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이어온 집인데‥ 이거 참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이건 울진의 큰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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