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낳았지만 키울 수 없어 '베이비박스'에 놓여진 아기들이 새 부모에게 입양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10명 중 한 명에 불과한데요.
위탁가정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엄마/채아]
(나한테 하나 선물해) "싫어."
(아우 욕심쟁이 같아) "하하하"
이제 막 초등학교를 들어간 8살 채아(가명).
채아의 엄마는 낳아준 엄마도, 입양을 해준 엄마도 아닙니다.
8년째 채아를 맡아 양육해 온 위탁부모입니다.
[채아 (가명)]
"어버이날에 주려고, 엄마 아빠 생각하면서 (편지) 썼어요. '고마워'"
2015년 2월 태어난 채아는 생후 3주차, 경기도 군포의 한 교회 베이비박스에 들어왔습니다.
낳아준 엄마는 "2~3년 뒤에라도 꼭 아이를 찾고 싶다, 입양되지 않게 해달라"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이 편지 때문에 입양을 보낼 수 없었던 채아.
결국 교회에서부터 채아를 임시로 돌봤던 부부가 채아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김 모 씨/채아 위탁모]
"(입양이) 안 된다고 하고 나니까 '무조건 (아이를) 찾아와야 된다'‥ (시설에서) 분유는 먹었을까 기저귀는 갈았을까, 운다고 미움은 안 받을까…"
입양만 하지 않았지 사실상의 부모인데도, 위탁 부모는 아이의 여권이나 통장 하나 만드는 것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위탁부모의 경우 법적 절차가 까다로운 '후견인'이 되지 않는 한, 법적 대리인이 될 수 없는 '동거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김 모 씨/채아 위탁모]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여권을 못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법정 후견인이 없어서 법원 가서 확인 받아갖고 오라고."
서울의 경우 2014년부터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은 1,354명.
이 중 입양이 된 건 10%를 겨우 넘고, 나머지는 대체로 보육시설로 향합니다.
[김자옥/초록우산어린이재단 팀장]
"위탁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가정들이 상당히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위탁가정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입양이 어렵다면 다른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가정위탁'이 필요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숫자 자체도 적고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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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고재민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위탁가정 지원 늘려야"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위탁가정 지원 늘려야"
입력
2022-05-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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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2-05-1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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