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노인들에게 치매 증상이 시작되면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히려 자신의 기억을 소박하고 따뜻한 꽃 그림으로 남긴 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김진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색색의 크레파스로 종이 한가득 채워낸 찬란하고 화려한 꽃밭.
어린아이가 그린 듯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무와 꽃들에는 생명력과 따뜻함이 넘침니다.
10년전 치매진단을 받고, 우울증을 앓던 김점순 할머니가 그린 그림들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자녀들이 건넨 크레파스는 김 씨의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붙잡는 가장 가까운 벗이 됐습니다.
[유미희/김점순 작가 딸]
"심심하시니까 이걸로 그림 그리시라고 하니까, 그냥 데면데면하셨는데‥아빠 말이 매일 그림만 그리신다고, 밥도 안 먹고 그림을 그린다고‥"
치매 초기엔 초록잎이 풍성하고 화려한 꽃 그림이 많았지만, 남편의 사망 이후 푸르고 어두운 색감이 더해지면서 그림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어린시절 겪었던 한국전쟁과 여순사건의 기억도 그림에 담겼고 그 특별한 감성은 이제 대중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안경주/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
"치매 환자는 사회 정치적인 생명이 다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치매 중에도 본인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려 이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그림 전시회를 찾은 김씨는 이제 치매가 심해져 자신이 그린 그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기억이 남긴 따뜻한 꽃 그림은 다시 김씨를 위로했습니다.
[김점순]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 때가 제일로 좋다 그 말이여."
MBC뉴스 김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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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김진선
치매 중에 되살아난 기억‥"엄마의 꽃밭"
치매 중에 되살아난 기억‥"엄마의 꽃밭"
입력
2022-06-0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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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2-06-0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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