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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하늘의 강과 빙하의 습격, 지구의 에어컨이 꺼진다?

[기후환경 리포트] 하늘의 강과 빙하의 습격, 지구의 에어컨이 꺼진다?
입력 2022-06-23 07:38 | 수정 2022-06-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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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후환경리포트 시간입니다.

    현인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 전해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 기자 ▶

    장마 시작 전부터 이렇게 더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잖아요.

    오늘은 에어컨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에어컨 말고요, 지구를 식혀주는 에어컨 이야기입니다.

    ◀ 앵커 ▶

    지구에도 에어컨이 있나요?

    ◀ 기자 ▶

    지구의 에어컨 얘기를 하려면 최근 지구 곳곳을 휩쓸고 있는 이상한 홍수 얘기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준비한 리포트 먼저 보시죠.

    ◀ 리포트 ▶

    6월 13일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지역입니다.

    거칠게 흐르는 급류가 강변에 서 있던 집을 집어삼킵니다.

    집이 힘없이 쓰러지며 흙탕물 속으로 빠져듭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줄기에 집이 서 있던 땅이 침식돼 무너졌고, 딛고 설 땅을 잃은 집은 장난감처럼 부서지며 떠내려갑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강이 무서운 속도로 폭주합니다.

    세차게 흐르는 물살을 가로막는 것은 다리든 도로든 부숴버립니다.

    흙탕물이 마을까지 들이닥쳤습니다.

    물살을 이기지 못한 집이 무너지고 창문은 흙탕물이 지나는 통로가 됐습니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으로 유명한 옐로스톤에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이곳에는 최대 120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석 달 동안 내릴 비가 사흘 만에 쏟아진 겁니다.

    폭우의 원인은 하와이로부터 미국 서부까지 고속도로처럼 이어진 하늘의 강입니다.

    많은 수증기가 좁은 통로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강과 같아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 시기에 하늘의 강이 출현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비와 따뜻한 날씨가 겹치면서 로키 산맥의 눈과 빙하가 급속히 녹았습니다.

    눈이 녹은 물이 일시에 강으로 흘러들었습니다.

    강물의 수위가 급속히 불어나 마치 댐이 터지듯 하류를 향해 쏟아져 내렸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홍수가 5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홍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홍수는 지난 4월 파키스탄에서도 목격됐습니다.

    120년 만의 폭염이 닥친 파키스탄과 인도.

    기록적인 폭염에 히말라야의 눈과 빙하가 급속히 녹았습니다.

    이 물이 돌발 홍수를 일으켜 마을의 다리를 강타했고 물살을 이기지 못한 다리가 무너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폭염으로 높은 산의 눈과 빙하가 녹아서 살인적인 홍수가 발생했다는 거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저도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지질학의 보물창고라고 불리는 곳인데 저렇게 큰 피해를 겪어서 저도 마음이 안 좋습니다.

    이런 홍수는 지구의 빙하가 녹는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기후변화로 기온이 많이 오르고 있으니까 빙하가 더 많이 녹고 있겠죠?

    ◀ 기자 ▶

    그게 문제입니다.

    다음 리포트 보시죠.

    ◀ 리포트 ▶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입니다.

    알프스의 눈과 빙하를 새하얀 방수포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지난해 여름에 촬영된 화면인데요.

    요즘은 매년 이맘때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독일 등지의 알프스 고산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됐습니다.

    방수포로 빙하를 덮어 빙하가 녹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 보려는 시도인데요.

    여기 한 곳에서만 12만 제곱미터 즉 축구장 면적의 20배에 가까운 면적을 방수포로 덮고 있습니다.

    폭 5미터, 길이 70미터의 방수포를 한 줄 한 줄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빙하를 지킬 수 있을까요?

    [크리스띠앙 까사로또/이탈리아 빙하전문가]
    "(방수포를 덮어) 빙하를 70%나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천 년대 초(2000~2004년) 에는 전 세계의 빙하가 줄어드는 양이 매년 2270억 톤.

    그러나 최근(2015~2019년) 에는 2980억 톤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 동안 빙하가 줄어드는 양이 불과 15년 만에 30%나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다목적 댐인 소양강 댐을 100번 이상 채우고도 남을 물이 녹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녹은 물이 산 중턱에 호수를 만들고 호수의 수위가 넘치면 댐이 터지듯 밀려오게 됩니다.

    [허순도/극지연구소 빙하연구본부 박사]
    "지금은 눈이 많이 녹아 물의 수량이 풍부할지 모르겠지만 빙하가 결국 다 녹아버린다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아시아의 경우 양쯔강과 황하, 갠지스강과 인더스강, 메콩강 등 주요 강들이 티베트 고원의 빙하에서 발원합니다.

    빙하가 사라지면 강의 수량이 크게 줄어들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새하얀 눈과 빙하는 햇빛을 90% 반사합니다.

    지구를 식혀주는 에어컨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나 눈과 빙하가 녹은 자리는 햇빛을 대부분 흡수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기온이 더 빨리 올라갈 꺼고요.

    빙하가 사라질수록 지구의 에어컨도 꺼져가겠죠.

    ◀ 앵커 ▶

    지구의 에어컨이 망가지면 큰일인데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홍수를 우리가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로군요.

    ◀ 기자 ▶

    네, 앞으로 이런 홍수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은데요.

    지구의 에어컨이 완전히 꺼지거나 더 망가지기 전에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가시적인 조치들이 시급해 보입니다.

    ◀ 앵커 ▶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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