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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기후변화에 지친 나무들‥첫 정밀 건강검진 실시

[기후환경 리포트] 기후변화에 지친 나무들‥첫 정밀 건강검진 실시
입력 2022-07-15 07:36 | 수정 2022-07-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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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후환경리포트 시간입니다.

    현인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에 대해 취재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 현인아 ▶

    네. 서울 시내에는 수백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나무들이 2백여 그루나 됩니다.

    이 나무들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죠.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이 200여 그루나 되는 보호수들을 대상으로

    정밀 건강 검진을 했습니다.

    ◀ 앵커 ▶

    정밀 건강 검진이요? 그렇다면 사람처럼 CT도 찍고 내시경도 하는 건가요?

    ◀ 현인아 ▶

    사람에게 사용하는 검사 장비와는 다르지만 말하자면 그렇죠. 나무들이 검진을 받는 모습, 검진을 받은 이유를 먼저 보시죠.

    ◀ 리포트 ▶

    이곳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느티나무 공원입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뙤약볕 아래 시원한 그늘을 드리웁니다.

    이 느티나무의 나이는 700살에서 800살로 추정됩니다.

    원래 이곳은 조선 세종시기에 목장과 정자가 있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이 나무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나무에 못을 박기 시작합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를 박습니다.

    이들은 나무 의사들인데요.

    못들은 나무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치의 일부입니다.

    (못질을 하시더라고요. (나무가) 안 아파요?)
    "사람도 몸살감기 걸리면 주사를 맞잖아요."

    비파괴검사기라는 장비를 이용해 마치 CT를 촬영하듯 나무의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나무 내부의 상태가 색으로 나타났습니다.

    갈색은 속이 꽉 차 튼튼한 부분, 가운데 하늘색 부분은 나무의 속이 썩었거나 비어 있는 부분입니다.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규범/다산나무병원]
    (보시기에 건강합니까?)
    "공동화돼 있는 것은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혈관이나 순환계, 이쪽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지 잎이 잘 나오고 있어서 (건강합니다)"

    말하자면 골다공증은 심하지만, 혈관은 건강한 노인 같다고 할까요?

    나무 의사는 나무 곳곳에 코르크를 덧대 내부가 더 썩거나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치료를 해줬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서울의 노거수 즉 수백 년 된 나무 200여 그루의 정밀검진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기후 변화인데요.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로 비바람이 거세지고 폭염은 심해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는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에도 큰 시련입니다.

    ◀ 앵커 ▶

    지난번 기후환경리포트 시간에 올여름에는 우리나라의 열대야 기록을 모두 다시 썼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날씨는 나무들도 처음이겠군요.

    ◀ 현인아 ▶

    그렇습니다. 요즘 날씨는 수백 년을 산 나무들도 처음 겪는 일이겠죠.

    ◀ 앵커 ▶

    그런데 이 나무들을 우리가 잘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자연보호 때문이겠죠?

    ◀ 현인아 ▶

    자연보호 중요하죠. 그런데 그것만큼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네요. 리포트 보시죠.

    ◀ 리포트 ▶

    서울시 보호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884살.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바로 이 은행나무입니다.

    웅대한 모습을 자랑하는 이 오래된 은행나무는 1968년 서울의 첫 번째 보호수로 지정됐습니다.

    사람들은 이 나무가 나라나 마을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불을 내 경종을 울렸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에 은행나무 밑에서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고 하네요.

    이렇게 오랜 세월을 관통하는 나무들에는 수백 년 전 역사는 물론 현대사의 아픔도 스며 있습니다.

    종로구 행촌동의 466살 은행나무입니다.

    행촌동이라는 이름이 바로 이 나무 때문에 생겼다고 하는데요.

    이 나무 옆 붉은 벽돌 건물은 3.1 운동을 처음으로 타전한 미국 기자 앨버트 테일러가 살았던 집입니다.

    앨버트 기자는 국외로 추방됐지만 죽은 뒤 유언대로 다시 한국에 묻혔습니다.

    이것은 종로구 연지동의 회화나무인데요.

    항일 여성단체인 애국부인회가 있던 자리입니다.

    누군가의 밀고로 일본 경찰이 들이닥치자 이 나무가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줬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장희/'사연 있는 나무 이야기' 저자]
    "기밀문서나 이름이 적혀 있는 기록물들, 태극기나 역사책들, 이런 것들을 어디로 숨길까 하다가 여기 안에 있는 구멍으로 옮겼다고 해요."

    이런 나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배시연/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초월적인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삶이 녹아 있고 그런 삶 속에서 현재와 과거, 현재와 미래가 연결돼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 앵커 ▶

    나무에 다양한 사연이 있었군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를 지켜준 고마운 나무 이야기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 현인아 ▶

    그렇죠. 나무들에 얽힌 이야기는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수백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나무 밑을 오갔을까요? 그럴 때마다 나무들은 언제나 넉넉한 그림자와 바람 소리를 들려주며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줬겠죠.

    지금도 그렇지만요.

    ◀ 앵커 ▶

    그렇군요. 그런 고마운 나무들을 이제는 우리가 잘 지켜줄 차례가 된 거군요.

    ◀ 현인아 ▶

    네 그렇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이 아니라도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찾아가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 앵커 ▶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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